brunch

매거진 트레바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수영 Mar 31. 2018

트레바리와 헬스장

비슷한 점들과 다른 점들

사람들에게 트레바리에 대해 설명할 때, 종종 헬스장 비유를 들곤 한다.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 있다.


1. 한 번으로는 좋은지 알기 어렵다.

하루 운동 빡세게 한다고 식스팩 생기는 게 아니듯, 독서모임도 한 번으로는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오랜만에 책 읽고 글 쓰고 남들이랑 얘기하려면 낯설고 불편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오랜만에 운동하면 온 몸에 알이 배기는 것처럼.


2. 첫번째 달이 제일 붐빈다.

트레바리는 4개월짜리 시즌 단위로 운영된다. 첫번째 달의 참석률은 거의 100%. 그렇지만 네번째 달이 되면 참석률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붐비는 1월의 헬스장과 한산한 10월의 헬스장처럼. 우리의 중기 목표 중 하나는 시즌의 후반부에도 계속해서 활기 넘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지금까지는 팀의 주요 kpi에 activation과 관련된 지표가 없었다. (다음 시즌부턴 생긴다.)


3. 들어올 때와 들어온 다음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헬스를 시작할 때 우리는 의욕에 넘친다. 힘든 운동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바빠도 안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너무 고통스러운 운동을 피하게 되고, 헬스장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일정을 만들기 시작한다. 트레바리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책도 꼼꼼하게 읽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혼신의 힘을 다해 독후감을 쓴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목차만 읽고 마감 30분 전에 휘리릭 써내는 날이 생긴다. 업자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멤버들이 트레바리에서 제대로 '뽕을 뽑길' 바란다.


4. 판만 깔아주는 서비스다.

헬스장에 간다고 저절로 몸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성실하게 다녀야 하고, 갔으면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 트레바리도 마찬가지다. 건성건성 책 읽고 독후감 쓰고 토론해도 회사는 돈을 벌지만, 멤버 입장에서는 크게 득될 게 없다. 헬스장이 인테리어를 더 예쁘게 하고, 재미있는 운동기구를 들여놓듯, 우리도 읽고, 쓰고, 대화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녹여넣는 방법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다.


물론 다른 점들도 있다.


1. PT

헬스장에는 PT(Personal Training) 서비스가 있다. PT는 강제로 사람들의 초심을 지켜나가게 해주고, 더 효율적으로 운동하는 법을 알려준다. 반면 트레바리에는 아직 PT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프리미엄한 서비스가 없다. 구상을 안해본 건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인건비였다. '지적인 트레이너'가 될 수 있을 법한 분들의 몸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고객층이 두텁지 않아 보였다. 프리미엄 프로덕트에 으레 따라붙기 마련인 비판적인 여론도 부담스러웠고.


2. 니즈의 보편성

누구나 좋은 몸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래서 헬스장은 굳이 '왜 우리가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트레바리는 왜 우리가 더 지적으로 성숙해져야 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지적 커뮤니티'는 '피트니스'에 비해 더 팔기 어려운 니즈다. 적어도 지금은. 물론 나중에는 달라질 거다. 그렇게 만들 거다.


비유는 복잡하게 꼬인 메시지를 쉽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유용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대상과 원치 않는 부분까지도 동기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왜곡을 피할 수 없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혹시라도 원치 않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할 겸 끄적여 봤다. 역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글쓰기만한 게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지 않는다는 말> 함께 읽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