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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Dec 12. 2023

한결같은 사람의 한결같음이 주는 위로, 존재와 일상

(3) 한결같은 누군가의 일상을 사랑하여 - 일랑

나는 다채롭다. 주변 사람들도 내게 그렇게 말하고. 

그런 내게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한결같은 사람의 태도. 특히 나를 대할 때의 여전함. 담담한 일상을 슥 내미는 사람들의 몇 시간을 나는 뺏고, 힘 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위로의 말 한 마디 듣지 않은 채 돌아간다. 그리고 내일 살 힘을 얻곤 한다.


찾는 시간대는 주로 저녁에서 밤. 
찾는 마음대는 말로 설명하기 귀찮은 우울과 복잡한 부정적 기운을 담고 있을 때.
찾는 이유는 생각나서.
찾는 방법은 무턱대고 전화. 가벼운 이모티콘 따위 붙일 수 있는 메세지 말고.

한결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이 단단하다. 나처럼 여기저기 휘둘리고 작은 말들에 아파하지 않아. 그래서 편하다. 내 아픔 몇 개 더해도 제 것으로 쉬이 흡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무심하다. 제 몫이 아닌 아픔을 대신 물리쳐주지 않는다. 그 무감각한 선, 네 일이니 결국 네가 알아서 할 바라는 태도가 마음에 쏙 든다. 무슨 일이냐 더 캐묻지 않고, 갑자기 연락한 내게 밥이나 먹었냐며 자신이 가장 중히 생각하는 일상을 그저 묻는다. 

[별 일 없지? 혹은 웬일이냐?] 

정도의 대꾸에 내가 어물쩍 웃어 넘기면 한 숨 한 번 쉬고 


- 오냐- 알았다. 밥 먹고, 씻고, 얼른 자라.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래, 알았다. 밥이나 같이 먹자. 30분 뒤에 역 앞으로 나와라.
 지난 번 김치찌개집 맛있더라. 

 하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좋다. 내가 기쁘건, 당황하건, 화가 나건, 속상하건, 혹은 어떤 감정의 이유조차 모르고 생기를 잃었건. 가타부타 캐묻지 않는 말투. 무언가 고장난 나도 당연히 일상 속으로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는 그들의 굳건한 중저음. 네 자리는 원래 여기인데, 어딜 헛돌고있냐는 의아함 담긴 눈초리. 그러면 나는 저 바닥 밑까지 굴러 떨어져가던 스스로의 땅굴에서 불현듯 머쓱해져 생각 밖, 오감 가득한 지금- 현재 내 몸으로 기어 돌아오곤 한다. 


정신 차리라 섣불리 강요하지도 않고, 네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며 부담스러운 공감을 시작하지도 않는 평온함.
그들의 여전함. 한결같음.
어디에도 쉬이 곁 두지 못해 별 일에 다 튀어다니던 내 마음을 붙잡는 한결같은 사람들.

그들의 일상의 힘.


그 곁에서 오래 붙어있어야겠다.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한결같음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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