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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Sep 10. 2020

요가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슬기로운 요가 생활을 위한 자문자답


요가가 좋다. 요가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슬기로운 요가 생활을 하려면 나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Q1. 요가를 시작한 건?


2019년 1월. 20대 때에도 요가를 1년 정도 했지만 스트레칭에 가까운 생활요가였다. 현재 다니는 요가원에서는(지금은 코로나로 못 가지만) 아쉬탕가, 인요가, 빈야사, 핫요가, 리프레시 릴랙스, 소도구 필라테스를 요일 별로 수련한다. 나는 그중에서 아쉬탕가 요가에 재미를 느꼈다.



Q2. 아쉬탕가 요가의 매력은?


아쉬탕가는 요가라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움직임이 격렬하다. 한 시간을 하고 나면 땀이 매트 위로 뚝뚝 떨어질 정도다. 그래서 아쉬탕가 요가를 할 때는 보통 수건을 들고 들어간다. 동작을 하다가도 수시로 땀을 닦는다. 땀을 방치하다가는 미끄러질 수도 있다. 격렬한 만큼 몰입감이 높고 몸이 개운하다.


아쉬탕가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내가 수련하는 프라이머리 시리즈는 가장 기초라는데 나는 아직 반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아사나에 난이도가 있다. 나는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라 하나씩 섭렵(?)해가는 그 과정이 설렌다. 조금씩 적응해가는 내 몸이 기특하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그런데 '기필코 해내겠다'라는 마음은 종종 독이 된다. 오버 페이스를 하고 실제로 많이 아팠다. 아쉬탕가를 하고 다음 날 몸살이 나서 기어 다니거나 입술이 부르튼 날도 많았다.



Q3. 요가하기 힘든 몸이라고?


핑계 같지만 내 몸은 요가를 하기에 여러모로 불리하다. O자형으로 휜 다리는 한 다리로 설 때 균형을 잡기 힘들다. 발은 몸집에 비해 작아서 마찬가지로 균형을 못 잡고 비틀거리기 일쑤다. 어깨와 등은 또 어떤가. 어릴 때부터 구부정한 자세로 다녀서 라운드 숄더에 거북목이다. 양 팔을 천장으로 들어 올린 후 깍지를 껴서 귀 뒤로 넘기려고 하면 꿈쩍도 안 한다. 날개 뼈 사이에 돌멩이라도 껴있는 듯, 아무리 애써도  팔이 뒤로 안 젖혀진다.  


피부는 아토피가 있어서 땀을 많이 흘리면 가렵다. 여름에는 진물이 나서 고생하기도 했다. 근육량은 적은 데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잘 붙지 않는 체질이다. 체력은 말할 것도 없이 저질이다.  이런  내가 아쉬탕가를 좋아하다니 통탄할 일이다.


오랫동안 수련하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지점이 있는 건지,라고 하기엔 수련 기간이 너무 짧다. 해보는 수밖에.


요즘엔 하타요가에 관심이 간다. 검색을 해보니 아쉬탕가 요가가 안 맞는 사람이 은근히 있는 것 같다. 이효리도 아쉬탕가를 하다가 하타로 갔다고 한다. 나는 아쉬탕가를 할 때마다 몸이 많이 아프다. 요가의 종류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Q4. 무엇이 잘 안 되나?


호흡은 잘 되는 편, 드리시티(응시점)도 요가 샘한테 지적을 많이 받아서  이제는 익숙해졌다. 유독 힘든 아사나가 몇 개 있다.


- 다리를 180도 가로나 세로로 찢는 동작: 과연 되는 날이 올까?


- 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 1년여 수련 끝에 조금 나아졌다. 이제는 엄지발가락을 쥐고 설 수 있다.


- 모든 후굴: 등과 어깨가 문제다. 디스크 수술을 한 허리로는 한계가 있다. 가슴을 열고 등짝을 쫙- 펼쳐야 하는데 화석처럼 굳은 뒤 판은 아직 열릴 생각이 없다.


-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아치 자세. 들어 올리는 것 까지는 되나 어깨가 열리지 않아 팔을 쭉 뻗지 못한다. 허벅지와 엉덩이도 터질 거 같아서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작년에는 들어 올리지 못했으니 그래도 조금 발전했다.


- 시르시 아사나: 머리 서기. 됐다가 안됐다가 한다. 여전히 공포스럽다. 몇 번 넘어져 봐서 더 그런 것 같다. 다른 아사나를 하고 몸이 달궈졌을 때는 다리가 가볍게 붕 떠오른다. 되는 날, 안 되는 날 갭이 크다.


-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 아사나: 한 다리 서기. 좀 더 높이 다리 들어 올리기, 다리 회전할 때 골반 열기



Q5. 요가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먹어도 되나?


요가는 단순한 근력 운동이 아니다. 바늘과 실처럼 정신 수양이 함께 가야 한다. 요가를 한다는 사람이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제력 문제다. 그런데 나는 식탐이 많다. 지금은 많이 줄였지만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고, 맥주 러버이며, 튀기고 볶은 음식을 끊지 못한다.


그러니 제자리인 것이다. 요가를 잘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실력이 늘지 않느냐고 한탄하면서 먹을 것을 자제 못하니. 채식주의자는 못 되더라도, 소식을 하자. 밀가루와 육류는 일주일에 몇 번만 먹는다고 미리 정해놓아도 괜찮겠다.




Q6. 요가도 장비 빨?


역 자세를 할 때마다 산발이 되는 머리가 불편해서 숏컷으로 잘랐다. 중학생 때 귀밑 2cm 머리를 한 후 처음이다. 늘 허리까지 긴 머리로 살아왔던 나인데... 막상 머리를 자르니까 좋은 게 너무 많다. 일단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이 1/3로 단축돼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요가를 할 때 묶었다 풀었다 반복 안 해도 되니 편하다. 방바닥에 수북했던 내 머리카락도 덜 보인다. 알고 보니 요가는 머리빨(?)이다.


외출을 잘 안 하다 보니 일상복보다 요가복에 관심이 더 많다. 예쁜 옷 입으면 더 잘 되는 기분이지만, 기분이므로 그냥 참기로...



Q7. 그래서 요가했더니 뭐가 달라졌는데?


나는 허리가 안 좋다. 20대 때 허리디스크 수술을 한 뒤, 허리 근육이 더 약해진 것 같다. 요가를 꾸준히 하면서 허리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곱등이 같던 등을 의식적으로 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자신감! 2년 가까이 요가를 하면서 안 되던 동작이 하나둘 되는 걸 몸으로 체험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체험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아주 조금씩 진척된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아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세월이 흐르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 그것을 몸으로 직접 겪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허리디스크 수술한 사람도 1년 넘게 수련하면 이 정도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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