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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의지금 Nov 22. 2022

혼자 이별을 정하고 떠난 엑스에게

준비되지 않았던 이별의 아픔은 사람을 잃어서 일까 예상치 못해서 일까

내가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너는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아냐고 어떻게 이것도 존중 못해주냐며 따지며 물었다.


대체 혼자 다 정해놓고 뭘 존중해주라는 건지 오히려 갑자기 이별을 받아들일 나는 그럼 존중 안 해주는 거냐고 묻고 싶지만, 

이 생각은 조금 정리된 다음 든 생각일 뿐,


정작 그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날 나는 그저 너무 많이 아팠고 가슴에 구멍 난 것처럼 허했다. 그동안의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별을 받아들일 용기는커녕 예상치도 못했었는데 너의 그 용기를 존중받지 못한다며 소리치는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고는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늘 나에게 다정했던 네가 이별을 혼자 정해놓고 내가 따라 주지 않는다면 마치 너를 존중이라도 하나 안 한다는 듯한 말에 그거보다 더 이기적인 사람은 없겠구나 싶었다.


마지막 모습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데 너는 좋은 사람인 척을 하고 싶었던 건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저 나에겐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사람일 뿐 너에게 어울리는 별다른 대명사는 더 이상 없었다.

너는 좋은 사람 프레임을 챙겨가려고 했고, 나는 그 어떠한 것도 챙기기는커녕 내 앞에 있는 쓰라린 아픔을 마주 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원래 어쩌면 이별은 한 명이 이기적이어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은 같이하는 거지만 이별은 한 명만 원해도 가능한 거니까..

지나 보니, 함께 사랑했지만 이별만큼은 너 혼자 정하고 혼자 결단 내린 만큼 너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너 말대로 사랑한 시간만큼이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이별..

"나는 그 용기에 손뼉 쳐 줘야 하는 걸까?"


지켜준다고 늘 나와 함께할 것처럼 말했던 너지만 그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더라.


네가 이미 다 정했으니까 나는 너의 선택을 따라 주는 것 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받아들이는 연습만 남았었다.

사랑을 한편에 조금은 남겨두고 정리하는 방법을 너 덕에 배웠다.  

이별을 차츰차츰 배워나갔다.


그렇게 홍역 앓듯 아파하다가 조금씩 시간이 흐르니

“나”보다 “너”를 더 사랑했었던 그때의 내가 안타깝다.


네가 생각나 서가 아니라 그날의 내 기분이 생각나 그 기분만큼은 나를 다시금 쿵 하게 만든다.

언젠가 생각 안 나고 다 잊히고 옅어질 감정이겠지만 그때의 시간은 그때의 너보다 더 아프다.


나에게 전화위복 같은 시간이었다.

너무 아프지만 나를 성찰하고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너 덕에 나를 제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조금은 씁쓸하다.. 소중했던 누군가를 잃어야지만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렇지만 큰 우주에서 보면 테두리 안에 순서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들의 작은 모습일 뿐

특별한 것도 하나 없다.

그저 다음 순서가 오면 그 순간에 맞춰 살아가면 될 뿐..

그렇게 그 순간의 나로서 또 다른 만남을 해나가고 있게 되듯이 말이다..


너도 그럴 거다.

너도 나만큼이나 한 번은 아프다가 너의 테두리에서 밝게 잘 지내길 바란다.

그때 그 시절에 한 번이라도 나를 웃게 해 줬던 너니까 큰 원망은 없다.

내 인생에 한 장의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앞으로의 내 인생은 나의 많은 추억의 사진 속 중에서 너와 지냈던 시간보다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 들 수 있도록 더 이상 "오늘"을 슬픔으로만 버리지 않고 나를 챙기며 살아가려 해.



함께 미래를 손잡고 갈 너일 줄 알았지만

한 편의 기억 속 한 장이 된 예전의 나의 엑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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