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 다시 보기
한 번 봤던 영화는 다시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도 재밌게 봤던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보고는 하는데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재밌다. 반면 처음엔 재미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던 영화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강렬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종종 그런 영화들이 있었다. 전에는 안 보였던 장면들이 새롭게 보일 때도 있고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7년 전쯤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던 라라랜드를 최근에 다시 보게 되었다. 사실 집에 있던 LP들을 듣다가 OST를 듣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노래가 너무 좋아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듣게 되었다. 그러다 OTT에서 우연히 있는 것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역시 새로웠다. 음악을 들으며 영화 장면을 몇 번 생각해 봤었는데 실제 영상을 보니 또 다른 감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봤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내가 보던 시각과 지금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져서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더 중요하게 보이는 장면들이 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그때는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또 나는 변하고 있었다. 또 7년이 지나고 나서 보게 된다면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7년 후의 나는 또 어느 장면을 가장 좋아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같은 영화를 돌려 보면서 각각의 장면들을 달리 보기도 하면서 또 문득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돌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 볼수록 영화를 잘 이해하게 되는데 나의 인생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더 좋은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다시 돌아볼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은 라라랜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사실 그 장면은 처음 봤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 봤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현재를 매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 지점에서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 뜻 그대로 어떻게 다가올지는 알 수가 없다. 매번 매시간 선택의 기로에 우리는 서 있다. 지금도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어떤 문장으로 나아갈지 나는 선택하고 있다. 어떤 단어의 선택이 어떤 문장을 만들지 수백 수만 가지 갈래로 나뉘게 될 텐데 나는 지금 이 길을 향하고 있다. 물론 마지막 문장을 마쳤을 때는 이 글이 마음에 쏙 들 수도 있고, 너무 나 자신에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어찌 되었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 가끔 앞으로 나아가다 힘이 들 때면 나는 뒤를 돌아보며 ‘아 이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때 다른 걸 선택했다면’,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곤 한다. 영화에서도 그때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주인공들의 삶이 그려진다. 보는 사람도 행복해 보이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해피 엔딩으로 영화는 순식간에 달려간다. 하지만 결국 아름답고 슬픈 피아노 선율과 함께 떨리는 손가락으로 마지막 건반을 누르는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지독한 회의와 슬픔이 느껴지는데 마치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는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그들의 표정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서로의 선택을 응원하듯이,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 그 미소가 이번엔 왠지 더 슬퍼 보이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 선택들이 왠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만의 선택들을 해왔으며 이미 그 속에서 후회도 있었지만 다시 그들이 원했던 길로 돌아왔었다. 나도 나의 인생에서 나만의 선택들을 해왔기에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도 나는 크게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 남자는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우리도 또 다른 선택의 시작을 위해 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모여 다시 미래의 내가 존재하게 될 것이고, 7년 뒤 라라랜드를 다시 보며 또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도 선택의 아쉬움이 모인 후회가 없을 수 없지만 그 후회는 짧게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원, 투, 원, 투, 쓰리,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