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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Nov 03. 2018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던데

나는 무엇을 거두었지





바람 부는 아침이면 차창에 낙엽 잎이 휘몰아친다. 어느덧 가을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 하던데 나는 무엇을 거두었는지.


농부들은 여름의 불볕더위 아래 흘린 피땀으로 농산물을 키웠다. 그들의 결실은 달콤해야만 했다. 누군가는 신년에 세운 목표를 향해 여전히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한 해를 고작 두 달도 채 안 남긴 지금에서야 물었다, 나는 어떤 꽃을 키웠는가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



그보다 나는 어떤 씨앗이었지?



어찌 태어났는지 

눈을 떠보니 이미 땅 속. 


무엇이 될지도 모른 채 뭐라도 되겠다고 열심히 심어진 씨앗, 온 힘껏 하늘 향해 발아한다. 우리의 본성은 오로지 누구보다 드높게 자라 태양을 차지하는 것. 



흙에 뿌리는 잘 내렸을까? 
첫 잎은 무사히 피운 채 벌써 가을인 거야?



불타는 푸른 몸에 나라도 안부를 물었다. 조바심에 들어 올린 나뭇가지 아래 꽃봉오리 하나 없을까 봐.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던데

아직 거둔 게 없다 해도 

슬퍼하지 않으리.


내 씨앗은 어쩌면

꽃잎 한 잎 피울 줄 모르는 나무, 혹한 속에 벌거벗은 후에야 푸르른 소나무일지 모른다. 


너희 현란한 잎사귀가 

폭삭 눈에 잠긴 겨울에서야 반짝이는 소나무라 나를 믿어서 슬퍼하지 않으리. 


감기나 걸리지 말아야지,

오늘과 12월을 너끈히 견디며 기약 없는 수확을 거둬 들여들인다.


그러니 모두 슬퍼 맙시다.









   * 이 매거진은 모바일로 읽기 좋은 글 편집을 거칩니다. 모든 글 및 이미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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