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 뭘 해야 할까?

by 스윗스윙

회사에서는 내 미래가 선명히 보였다. 내 4년 뒤, 10년 뒤는 앞자리 그리고 옆자리에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뭔가 더 새로운 걸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걸 놓아버리고, 보이지 않는 내 미래에 대한 도전이랄까.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아 빚으로 내 미래를 저당 잡히느니, 내 인생에 도박을 한 번 해보자' 하는 게 나와 남편의 생각이었다. 단순하게 확률로 따지면 둘 중 한 명이라도 타지에서 직장을 잡을 확률은 75%였다. 둘 다 실패할 확률 (25%)보다는 많았으니까. 설령 25% 확률로 둘 다 직장을 못 잡고 잘 안되더라도 둘이 밥 못 먹겠나 싶었다. 1%도 안 되는 확률을 기대하며 로또도 사는데, 하물며 내 인생인데 이렇게 흘러가게 둘 순 없었다. 그렇게 용기 반, 객기 반으로 퇴사를 하였지만, 낯선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기 때문에 직장을 찾는 것 그리고 진로에 대한 고민은 아주 잠깐 미루고 있었다.


직장을 잡는 것이 아주 지극히 평범한 내가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일부 학생들은 재밌게도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을 비롯해서, 자신의 직장 경력을 살린 컨설팅 운영, 기술을 기초로 한 창업 등이었다. 영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 계획서를 학교에 제출한다면 비자도 스폰을 해준다고 하니, 이곳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애들은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했다. 혹은 학교나 여러 기관 단체에서 이루어지는 후원금을 받아 창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서 내 주변은 보통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이 많았던 터라 맨손으로 창업(?)이라는 것은 언론에 가끔 나올 법한 먼 세상의 얘기 같았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창업사례를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박사 진학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비유럽권 국가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의 혜택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유럽 국가들의 학생들에게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남편도 한동안 박사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컨택했던 학과 교수들은 영국보다는 미국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였다. 연구환경, 지원, 여러 가지 자원들이 확실히 미국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가 보다.


물론 직장을 구하려는 혹은 이직을 하려는 친구들도 많았다. 국제기구, 사기업, 그리고 소규모의 스타트업 기업으로도 많이 갔는데 회사의 네임 밸류나 직업의 안정성보다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줄 수 있으면서 가치판단이 맞는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많았다. 때문에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스타트업 기업으로도 주저치 않고 간다. 세 번째 직장을 찾고 있는 Simon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의 추세는 평생직장보다는 (영국도 몇십 년 전, 즉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평생직장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경력과 방향에 맞게 몇 년에 한 번씩 직업을 바꾸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잦은 이직이면 회사 부적응자(?)의 느낌이 있는데 직업을 유연하게 바꾸는 추세가 한국에도 곧 도래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았다. 그래서인지 알바를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job이 뜰 때까지 혹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때까지 때를 보면서 천천히 기다리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이와 반대로 나는 여기 와서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러한 나의 모습이 친구들에게도 느껴진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냥 졸업하고 취업해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초반이라면 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내가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다양하구나'라고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고 해야 할까. 내가 사는 세상에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을 것 같고, 나의 한 생애 동안 나는 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고 느껴 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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