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잘 먹이면, 가정이 평화로워진다...
나의 아내는 나보다 요리를 잘한다. 맛과 향과 그릇에 담는 것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매우 정성껏 잘 만들어낸다. 맛도 훌륭하다.
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얻어먹은 대가는 설거지와 뒷정리이다. 아내는 비슷한 요리를 하였을 때 나보다 배이상 많은 요리 도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요리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정리를 하는 성향이라 요리를 끝 마치고 나서도 정리할 것이 많지 않은 반면, 아내가 요리를 하고 나면 주방은 마치 전쟁을 치른 듯하다.
신혼 때와는 달리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난 이후 육아에 전념하게 된 아내는 요리를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고 먹이고 뒷정리를 하느라 정작 본인의 식사는 거르거나 대충 때우기 일쑤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면, 어질러진 집을 맞이하며 차오르는 심란한 마음과 더불어 아침, 점심 중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날이 많은 아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해진다. 나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남이 차려준 맛있는 식사를 매일 두 끼 이상 먹고 지내고 있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기 좋아하는 아내는 매일 한 끼도 제대로 차려먹기 어려워하다니...
그럼에도 사람 마음이 이기적인 게, 나는 일을 하고 왔으니 저녁은 아내가 차려주기를 바란다. 한동안 우리의 저녁은 냉장고 남은 재료들을 이용한 한 그릇 요리나 구매한 밀키트 혹은 배달음식으로 채워졌었다. 정갈하게 차려진 어머니의 밥상 같은 저녁을 기대하지만 그러한 날들은 한 달 중에 손에 꼽을 만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어떻게 삼시세끼 차리고 치우고 하시면서 집안일까지 잘 해내셨는지 존경스럽다.) 그래도 아내가 에너지가 조금 남은 날들은 저녁을 잘 차려주려고 헌신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도 주말이나 조금 일찍 퇴근한 날들은 내가 저녁 식사를 담당하려고 노력하는데 마냥 쉽지는 않다.
나의 요리의 원천은 유튜브와 백종원 선생님이다. 대강 먹고 싶은 메뉴가 생각나면 유튜브에 검색해서 레시피를 참고하고 얼추 비슷하게 따라 만든다.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만족스럽게 맛있게 만들 수 있었다. 입맛의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나는 내가 만든 음식들의 거의 대부분은 맛있게 먹었다 ^^.
요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요리를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 여기지만, 아내에게 요리를 해주면 장점이 꽤나 많다. 일단 아내가 본인 수고 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해하고, 남편이 본인을 위해 요리를 해주었다는 사실에 삶의 만족감이 올라가며, 무엇보다 배불리 밥을 먹고 나면 밝은 에너지가 많아져서 집안의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아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아내가 아이를 조금 더 집중해서 돌보아주는 시간이 늘고 집안일에서 담당하는 참여율이 올라 내가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자기 계발, 자유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조삼모사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요리에) 조금 수고해서 (다른 것의) 수고를 덜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내가 한 요리를 먹고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에 나도 기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같은 행복감을 더 자주 누리기 위해, 아내를 위해 요리하였던(내가 조리만 하였지만) 레시피를 나의 기록으로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