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06화

LifeBGM | 당신이 시인임을 잊지 말아요

Enrrico Pieranunzi don't forget the Poet

by Ggockdo


우리는 모두 시인으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시인의 심장은 말랑말랑하고 자주 흔들리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연약하다고 쉽게 오해합니다. 때문에 자라면서 많은 이들이 시인의 심장을 아주 깊숙히 넣어 두거나 방치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시인으로 태어난 것을 잊고 삽니다. 아주 가끔씩 노랫말이나 음악이 깊숙히 파고들거나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이 우리의 단단한 외피를 두들겨 부드러워질 때, 그래서 닫아 둔 시인의 심장이 저절로 열려 버릴 때 자신도 알 수 없는 낯선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문득 우리의 태생을 떠올릴 뿐입니다. 조금 쓸쓸하고 씁쓸하게, 말랑말랑한 심장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그 덕분에 내가 아직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으며 안심합니다. 그리고 다시 잊어버립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소위 사회라 불리는 환경이나 삶은 말랑한 심장과 쉼없이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내기엔 너무 버겁습니다. 신은 점점 사나워져야만 하는 세상살이를 위해 사람에게 사람을 붙여 서로의 마음을 보호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고 지나치게 시인의 심장을 크게 갖고 태어나서 심장 자체인 시인을 태어나게 하기도 합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아직 시를 잊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서 돌이 되지 않습니다.


돌이 되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습니다. 경직되는 것, 굳어버리는 것. 딱딱해지는 것. 더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견고하고 딱딱한 껍질을 갖기를 원합니다. 위험에서 보호받고 안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딱딱한 외피를 통해서만 안전해질까요? 부드럽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힘으로는 견뎌낼 수 없을까요?


Enrrico Pieranunzi - don't forget the Poet


'시'를 잊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시인'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엔리코 피에라눈찌는 모두가 인정하는 재즈 피아노의 시인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잊지 말아달라는 게 아닙니다. 바로 당신, 스스로를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사실, 시인으로 태어났고 그렇기 때문에 견고한 외피를 바라는 말랑말랑한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참으로 험합니다. 시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하루에 듣는 말들 대다수는 날카롭고 아무런 애정이 없습니다. 그들은 밤송이처럼 알맹이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아무런 의지와 목적 없이 날카롭게 태어나고 날카롭게 버려집니다. 알맹이 없는 말들은 사심없이 날아와 우리의 말랑한 심장을 가르고 상처입힙니다.


그러면 우리는 시인에게 달려가야합니다. 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지만 시인과 함께라면 살갗을 태우는 아픈 말들의 폭격에 입은 상처 위로 부드러운 말들을 씹어 발라주는 이들과 함께라면 달래가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인은 당신의 안에 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알고, 당신의 가장 연약한 살점과 자주 덧나는 부위도 잘 압니다. 그는 통증과 슬픔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만인의 슬픔과 통증만이 아니라 당신만의 상처와 슬픔을 말입니다.


우리의 살점은 부드럽습니다. 씻고 난 뒤에 보습로션을 바르면서 부들거리는 허벅다리나 뱃살을 매만지고 있으면 나무의 껍질이나 거북이의 등껍질을 갖지 못하도록 창조한 신의 섭리란 과연 무엇일지 모르겠습니다. 미셸 푸코는 그 점에서 '자기 테크닉'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인간의 우월성은 지성이 있다는 점이지만, 그것은 추위를 보호해 줄 털이 없고 외부의 상처에서 보호해줄 단단한 막이 없으며 체온을 저절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나 단단한 이빨과 뿔과 손톱으로 적과 싸울만한 보호도구도 없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기 돌봄과 그를 가능하게 하는 지성을 이용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그런 존재입니다. 말랑말랑한 심장으로 태어난 살덩어리의 일생을 돌보아주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인간이며 인류의 맥을 이어 강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말입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옷을 지어 입고 건물을 쌓아 집을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습니다.


나는 시인의 심장 자체로 사는 시인들을 몇 압니다. 시인들의 시는 옷과 집과 따뜻한 음식이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포옹입니다. 그들의 시를 읽을 때, 나는 곧잘 울고 엔리꼬 피에라눈찌의 음악을 들을 때, 자주 울지만 그것은 내가 연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꿈틀거리는 부드럽고 말랑한 심장이 두근대기 때문입니다. 그 박동소리가 또박또박 걸을 때, 숱한 험한 일들이 도사리는 세상에서 내가 비로소 위대해 질 수 있는 작은 낱말을 주물거리며 그것으로 빵을 구워 먹습니다. 또한 올과 결로 옷을 지어 입습니다.


당신은 태어날 때, 시인이었습니다. 당신의 시인이 말랑거리는 살점을 덮어 줄 외피는 주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당신을 보듬고 상처를 덮어주며 껴안아 줄 것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시로 실을 자아 옷을 만들어 입힐 것입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시인을 잊지 마세요. 그가 당신을 위해 짓고 있는 보드라운 스웨터와 모자와 장갑을 끼고 춥지 않은 겨울을 향해 뜨거운 심장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세요.



사람


황학주


먼 데서 한 순간을 사납게 따르고 와서

앓는 가슴에 겨우 고인 고향의 얼음물 위로

자꾸 떠올려지는

보면 꿈이 바스러지는 눈빛과

너무 흉칙하게 어둔 힘 틀에서

구르며 트이는 저 목소리들을

어떻게 이렇게나 견딜 수 있는 건가.

아직도 버린 입들 때없이 끝없이

너울거리는 얼음판에 변고(變故) 로 찧게 두고

우리들, 다 큰 성대(聲帶)를 뜯어내 가는 시대의 핏물을

잦은 술처럼 어쩌면 삼켜댈 수 있는 건가.


다친 산천은 마음에 잊히지 않고

오래 더럽히며 참는 시간은

칩처럼 마구 지어진다.

밥통과 통하는 창이나 겨우 내고 거기 들어 살고 있는 일이여.

숨통을 끄고, 사람은 거짓으로 숨을 쉴 수 있는 동물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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