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랑을 오르면 토지의 박경리 선생님의 글귀가 많다. "슬픔을 사랑하세요. 기쁨도 있지만 슬픔을 이겨내야 합니다" (기억나는 대로 써봄) 선생님의 음성이 나지막이 들려오는 듯하다. 통영에 올 때마다 재밌기도 했지만 슬픈 적도 많았다. 대상포진이 온지도 모르고 술 한잔 하고 잠들었던 적도 있고, 일하러 왔다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돼 틀어진 적도 있고, 책을 기획했다가 엎어진 적도 있고 얼풋 따져도 절반의 실패였다.
이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절반의 성공이라고.
어제 낮 미팅과 답사를 끝내고 저녁때 다소 여유론 마음으로 강구안을 산책했다. 이제는 강구안이 잔잔하게 속살거린다. 슬픔을 견뎌내라고.. 슬픔이 많아진다. 가끔은 기쁜 일도 있지만 최근에 슬픔이 많았다. 조금은 강해지고 싶다. 슬픔을 알아야, 이겨내야 기쁨을 안다는, 슬픔을 사랑하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