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밥 먹여주나?

카페 클레에서 4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
박후기 시인의 글을 보다가 문득
'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박후기 님이 올린 얘기는
병상에 누워있는 위중한 환자가
밥은커녕 아무것도 못 먹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첫사랑이 찾아와서
무슨 말인가를 귀에 속삭이고,
입술에 물을 적셔 미음을 먹여주고 하다가
며칠 후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다는 것.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나는 직전에
첫사랑을 만나고 갔다는 이야기.

**
얼마 전에 형이랑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가,
"그럼 형은 결국 중요한 게 뭔데요?" 했더니 "밥"이란다.

"밥?" 그때부터 또 밥 생각을 했는데
우리는 밥심으로 살고, 밥을 나누고,
밥을 보며 감사하고, 밥을 못 먹어
배고프기도 하다.
그놈의 밥때 문에, 먹기 위해 사나,
살기 위해 먹나 하면서도
먹어야 살고, 고단하지만
밥을 먹기 위해 일하고,
밥 앞에서 감사하고,
먹는 일에 무심한 듯해도
목숨을 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밥 먹었어요?" "밥 챙겨 먹어요."
"배고팠지?"
"배고파서 어떡해?"라는 말의 온도.
그리고 모든 일의 근원과 계기는 결국
'밥'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은.
우리 정신의, 육신의 '밥'과 '생명'을 위해
우리 모두는 순환하고 있다는 진리.

***
내가 허기질 때 '배고프겠다'라는
누군가의 말보다,
식당에 같이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허겁지겁 먹고 있는 나에게 '배고팠지?'
라고 건네는 말의 온도가
몇 배 더 뜨겁다고 믿는다.
그 말은 거의 가족에 가까운 사람들끼리나
할 수 있는 말이어서 그런 것 같다.
"배고프다", 라는 말은 왠지
그냥 그렇게 아는 사이에선
편히 쓰지 않는 말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
어제 전주, 거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새벽에 도착했는데 저녁때 통화하면서
잠을 못 자 어쩌냐고 걱정해주던 그.
"괜찮아요. 뭐."라고 무심히 대답했지만
그 말의 온도 때문에 오늘도 거뜬하다.
결국, "사랑은 밥 먹여 준다."가 맞는 말 아닐는지요?
- 사진은 카페 클레에서. 2014' 0122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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