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꿈꾸는 리얼리스트 Feb 18. 2020
□무조건
ㄴ
◇ 꼭 만나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꼭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상황도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경우까지도.
(중략)
살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좋을 한 사람쯤 있어야 한다. 그 한 사람을 정하고 살아야 한다. 그 사람은 살면서 만나지기도 한다. 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된다.
삶은 일방통행 이어선 안 된다. *루벤 곤잘레스처럼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만 일방통행이어야 한다. 살아온 분량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그걸 탈탈 털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한다. 듣건 듣지 못하건 무슨 말인지 알아듣건 알아듣지 못하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다 털어놓을 한 사람. /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루벤 곤잘레스 -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나오는 피아니스트
// '심평원'에 고정 필자로 자유기고를 하고 있는데 새해도 되고 해서 '인연'에 대해 써보려고 했다. 결국 마감이 되어 그냥 예전에 써둔 '홍대 거리'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계속 '인연'을 생각한다. 병률이형의 '인연이네요'라는 싸인이 적힌 '눈사람 여관'을 손에 집어 들면서 그와 나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그는 그동안의 침묵이 무색하리만큼 내게 많은 얘기를 들려준다.
그와 만나지 못하는 날은 내가 주로 전화를 한다. 무슨 얘기 할 게 있어 전화를 했다가도 늘 얘기하는 쪽은 그다.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그 앞에서는 깨갱이다. 하지만 그러는 그가 귀엽기도 하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 "듣고 있어?"라고 물으면 나는 '네' 하면서 "이만 자야 될 것 같아요." 아님, "밥 좀 먹을래요."라고 얘기를 끊고는 한다.
하지만, 이젠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자 다짐한다.
마음도 울적하고 해서 병률이형의 산문집을 보다, 이 구절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병률이형은 루벤 곤잘레스를 찾아 쿠바에까지 갔고, 여행을 하면서 곤잘레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알았고, 할아버지와 만나
"내가 잃어버린 것과 내가 이 모양인 것도 내가 사랑한 모두를 말하고 싶어서였다."라고 했다.
왠지 그 사람이어야 했고, 무조건 그 사람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은, 그렇게 나의 궁색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나는 이렇게 묻고만 싶었다. "난 이렇게 살았는데 할아버지는요?" 태양의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뜨거운 바람이었다.
"왜 죽었어요? 죽는 게 뭐가 좋다고......" (후략)
/// 무조건 다 털어놓을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나 또한 그에게 무조건 다 털어놓게 될까? 어느 정도는 그러고 있지만...
우리 사랑의 속도와 깊이가 과연 어디까지 일지, 그와 나의 사랑 혹은 우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한 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 2014'년의 글.
◇◇ 요즘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희한하게 그를 문득문득 떠올리면서 생각나는 장면은 항상 내 말을 유심히 들어주고, 궁금한 점이나 인상적인 얘기는 한번 되새김을 해준다는 점이다. 세월을 지나오면서 그와 내가 나눈 이야기가 요즈음 들어 계속 리마인드가 되는 것.
그도 그걸, 내 말과, 그가 내 말을 듣고 반응해준 말을 기억할까? 언젠가 이 얘기를 해주면 그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제는 컨디션이 안 좋아 또 자버렸다.
새벽에 일어나니 포항지역의 지진과 이 지역의 화재 소식이 안전 문자에 떠 있었다. 어제부터 두통에 시달린다. 이건 아마도 심리적? 그저께 후배랑 입씨름 후 페친 끊고 이틀을 아프다, 이런 식이다. 바쁘니 신경 끊고 일하자,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