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

상처와 흔적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넌 표정이 밝은데 상처가 많고 E는 표정이 어두운데 잘 익었네."

30년 만에 만난 스무 살 적 친구가 내게 밀했다.

"어쩌라고? 비교하지 말아 줘."

뱉어놓고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럴지도 몰라.'


스무 살 적 친구를 30년 만에 만나 우리는 모두 스무 살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갔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 말고는 30대 때 보고 불과 7.8년 전에 만난 친구, 5년 전에 만난 친구, 대학 땐 거의 모르고 지내다가 몇 해 전 동문회에서 만난 친구까지 동기동창이란 것이 주는 공감대로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스무 살 그때의 마음들이 되었다.


그를 따라갔던 스무 살 여름날, 가고 올 때의 신촌역이 어렴풋이 기억나고 허허벌판이었던 백마역이 기억나고 그를 따라 그의 자취방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날, 그 방엔 어떻게 가게 되었을까? 우린 무슨 말을 나눴을까? 별다른 기억 없이 그의 글자체를 보고 "필체가 좋구나." 했고, 손목시계를 바꿔 차고 돌아왔다.


30년 만에 다시 만난 그와 나는 짧은 시간에 몇몇 도시에 발을 디뎠고 몇 끼의 식사를 같이 했으며


동해안의 철썩거리는 파도와 햇살을 보았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의 저녁 어스름과 해가 떠오르기 전의 여명, 그리고 그의 눈동자. 변하 지 않은 게 있다면 그의 눈동자. 그리고 또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만남을 뒤로한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의 눈빛만을 기억하자.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고, 나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이 그저 그 분위기만을 기억한다. 어쩌면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 아닐까 한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감정이 변함이 없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이상한 것일까. 결코 그와 나는 서로를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그는 돌연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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