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시즌에 내 친구는 지인들과 시즌방을 구한다는 소식을 알렸고, 나는 그 해에 첫 보드 장비를 사고 시즌 강습을 받았다. 강습을 받고 가끔 친구의 시즌방에 게스트*로 가서 숙박을 해 보니, 시즌방이 왜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있었다.
※ 보통 시즌방에서는 투자자(시즌방 참여자)의 지인인 경우, 2~3만원 정도만 내면 게스트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게스트 비용은 시즌방 운영비로 사용되곤 한다.
당일치기로 스키장에 가면 새벽 일찍 셔틀을 타고, 탈의실에 가서 보드복을 갈아입는다. 중간에 힘들면 푸드코트에서 잠깐 몸을 녹이고 다시 보드를 탄다. 다 타고 나면 다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셔틀을 타고 집으로 간다.
근데 시즌방에 가면 모든 것들이 한 번에 해결된다. 보드를 타다 힘들면 스키장 근처 시즌방에 들어가 편히 쉴 수 있다. 게다가 다음 날 체력을 회복하고 보드를 또 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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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1718 시즌에는 같이 시즌방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해에 평창올림픽 때문에 휘닉스파크(평창)에서는 시즌방을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지난번에 같이 시즌방을 했던 사람들과 웰리힐리파크(횡성)에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시즌방을 하면 친구랑 보드도 탈 수도 있고, 다음 날 또 보드를 타면 되겠다 싶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얼마 뒤, 친구에게 헝그리보더에서 시즌방 투자자를 구한다는 게시글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모인 인원은 11명이었다. 가을쯤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저녁이라도 먹자고 해서 처음 서로의 얼굴을 봤다.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난 친구랑 같이 보드 타고 싶어서 가는 거니까 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시즌방의 실물도 보지 않고 덜컥 멤버로 참여했다.
겨울이 되어 시즌이 시작됐다. 온갖 짐을 들고, 집이 가까웠던 시즌방 방장 미쉐린과 함께 셔틀을 탔다. 스키장에 도착하니 시즌방 멤버 중 한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차를 얻어 타고 시즌방에 도착했는데, 방을 처음 봤을 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먼저, 거실은 정말 작았고 방은 하나뿐이라 11명이 자는 게 가능한가 싶었다. 하지만 처음 시즌방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방이 좁은 걸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방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나는 주말마다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여기서 생활하고 보드도 타야 한다는 게 그제야 확실히 체감되었다.
‘아…. 내가 왜 시즌방 한다고 했지?’
심지어 친구는 그해 겨울에 일이 바빠져서 스키장에 자주 오지 못했다. 초반에는 영 적응이 안 돼서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을 스키장에 데리고 와서 따로 숙소를 잡아서 자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