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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 Jun 29. 2024

무당이 되고 싶은 남자, 신이 되고 싶은 귀신(3화)

 무당과 신이 되다.

남자는 그렇게 바닷가 마을에서의 새로운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그의 신당이 유명해지면서,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그의 몸과 마음이 지쳐감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 신통한 무당이라고 믿었고, 그의 신당에는 다시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의 몸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손끝이 서서히 검게 변하기 시작했고, 가끔씩 방울 소리가 귀에 맴돌았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겁에 질렸지만, 이미 사람들에게 자신을 무당으로서 인정받은 이상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신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방울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그의 몸이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두려움에 떨며 방울을 잡고 외쳤습니다.


“누구냐!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습니다. 그 순간, 방울 소리가 멈추고, 그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를 지배하려던 귀신이었습니다.


“네가 나를 배신하고 떠난다고 생각했느냐? 너는 절대로 나를 벗어날 수 없다. 나는 네 안에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귀신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서웠습니다. 남자는 절망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는 다시는 귀신에게 지배당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귀신은 점점 그의 몸을 다시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마지막 힘을 다해 신어머니와 만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달려왔지만, 이미 남자의 몸은 귀신에게 거의 완전히 지배당한 상태였습니다. 만신은 강력한 부적을 사용하여 귀신을 잠시 물리쳤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만신은 남자에게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여기서 영원히 귀신과 싸우며 살아야 한다. 네가 벗어나려 할수록 귀신은 더 강해질 것이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신의 말을 따랐습니다. 그는 다시는 그 마을을 떠나지 않았고, 그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며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존경했고, 그의 신당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평생 귀신과 싸우며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얼굴은 점점 검게 변해갔습니다. 또한 남자의 집도 검게 그을려갔습니다.


어느새 남자는 ‘검은 무당집’으로 전국에서 가장 용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찾아왔고, 검게 그을린 무당의 말에 빠져들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검은 무당집에 다녀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붉은 눈을 가진 토끼를 닮은 여자가 꿈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검은 무당이 된 남자는 얼마 못 가 시름시름 알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폐가가 된 검은 무당집은 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 여자가 그 집 앞에 섰습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악몽에 시달려왔고, 어디에서도 위로를 찾지 못한 채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검은 무당의 전설을 들었고, 그가 죽은 이후로도 그 집이 여전히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싸늘한 공기가 그녀를 감쌌습니다. 곳곳에 묻어 있는 오래된 재와 녹슨 부적들이 그동안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신중히 방을 둘러보며, 무당이 사용했던 도구들과 낡은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왜 여기에 왔느냐?” 


놀란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말했습니다. 

“저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부디 저를 도와주세요.”


그러자 갑자기 방 안이 어두워지더니, 그녀 앞에 붉은 눈을 가진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여자는 무당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네가 악몽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귀신은 더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나를 받아들인다면, 너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 순간, 젊은 여자는 무당이 남긴 부적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녀는 무당이 싸웠던 그 힘을 빌려, 자신도 그 악몽과 맞서 싸울 결심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점점 강해졌고, 마침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녀는 검은 무당집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몸이 점점 검어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집을 떠나지 못했지만, 이제 그곳은 더 이상 두려움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집을 정리하고, 과거의 기록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검은 무당집은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집을 찾아와 도움을 구하며, 그녀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 집은 이제 더 이상 저주의 장소가 아닌, 희망과 치유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얼마 안 가 검은 무당이 된 그녀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집은 언제나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이들이 그곳을 찾아올 것이고, 그들은 다시 한번 그 집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과 맞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검은 무당집은 그렇게 세월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무당집은 또다시 누군가를 기다리며, 세월의 흐름 속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잘 들으셨나요. 옛날에는 숲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숲에 사람들이 살지는 않죠. 물론 가끔씩은 숲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들은 어떤 사연이 있기에 숲 속에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여러분은 주인을 알 수 없는 물건을 함부로 탐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들 모두 알 수 없는 깊은 사연이 있을 수 도 있기 때문이죠. 운이 나쁘면 무당이 되고 싶은 남자처럼 깊은 사연에 빠져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다음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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