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달이 미처 완성되지 못할 때 당신은 떠났지요.
반만 만들어진 달이 복도 끝 창가에서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은 그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요. 방금 감은 듯한 당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허공 속에 날리고 있었어요. 당신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주변의 빛이 코로, 입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당신은 계속 걸어갔어요. 달빛은 계속 흔들렸고, 당신의 여읜 몸뚱이는 옅게 풀어져 점점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그리고 난 당신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이따금 같은 꿈을 꾸었어요.
낮은 봉우리에 달이 걸려있는데 당신이 거기에 서 있었어요. 당신이 가고 싶었던 완성된 둥근 달이었지요. 푸른 봉우리는 회청색 비구름들로 둘러싸여 있고 깎아지른 듯 높았어요. 그러나 높고 가파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문제는 아무리 헤매어도 그쪽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어요. 안경을 벗어놓은 듯 시야는 흐렸지요. 어떻게든 올라가야겠는데 가면 갈수록 알 수 없는 산길로 접어들었어요. 나는 봉우리를 향해 고개를 꺾은 채 꼼짝달싹할 수 없었어요.
날아서 갈 수만 있다면.... 그러다가 목이 타는 갈증을 느끼면 꿈에서 깨어나곤 했어요.
난 달을 보고 생각했어요. 저 달 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아니 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이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저 달은 얼마나 오랜 것인가.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나의 궁금증에는 답이 없었어요. 핸드폰 플래시를 켰어요. 그리고 저 달을 향해 겨누었죠. 그럼 이 불빛도 언젠가는 저 달을 향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죽고 내 자손이 죽고 또 죽어서도 언젠가는 저 달에 도착할 거라 생각했지요.
오늘 저녁 블루문이 왔어요. 눈앞에 떨어질 것처럼 가까워지더군요.
난 생각했어요.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저 달에 도착할 거 같더라고요. 어둠 속을 뚫고 새떼가 날아가더군요. 저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어요. 나도 달렸어요. 조금만 더 힘차게 달리면 저 달에 도달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달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난 갈수록 힘이 빠져 더 이상 달릴 수 없었어요.
길가에 가로수 나무에 주저앉아 웅크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또 생각했어요. 저 달을 내가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거라면 당신도 가까이 볼 수 있을 거라고요. 저 달 너머 반대편 세상에서도 저 달은 보일 거라고요. 그래서 내가 가까이가 손을 흔든다면 당신도 볼 수 있을 거라고요. 날아가는 새들이 그곳에 도착했다면 당신도 봤을 거라고요. 가까이만이라도 가고 싶었어요.
장례식날 당신을 떠나보내며 난 다짐했어요. 당신을 꼭 다시 만날 거라고요.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나를 기대려 주지 않았어요. 사진 속에 당신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고, 내 모습은 무너져내려가고 있고 늙고 병들어 가고 있었어요. 언젠가 당신을 만날 때 당신이 나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죠.
매일같이 뛰었어요. 달에 갈 수만 있다면, 오늘 같은 블루문이 왔을 때 더 가까이 갈수만 있다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저 달이 작아지고 사라지기 전에 난 꼭 도착할 겁니다.
그리고 종이비행기에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달려 보낼 것입니다.
거긴 지낼 만한가요
난 잘 지내고 있어요
파릇파릇 나뭇잎이 짙어지고 있고, 아스팔트 열기도 제법 올라오고 있어요
이제 곧 여름인데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걱정스럽다고 당신이 물었지요
아직은 달을 보고 일어나고
달을 보고 잠들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별 세어보는 재미도 있어요
당신도 그렇게 잘 지내고 있나요
푸르러지는 나무를 볼 때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를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며
별 세어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아스팔트가 차갑게 식어갈 때쯤
같이 별을 세어볼 수 있겠지요?
단단한 나무처럼
끈기 있는 아스팔트처럼
당신과 같은 달을 보며 그리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