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갱작가 May 06. 2020

실무진은 힘들어

신규 광고주 미팅 에피소드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여러 스타일의 광고주를 만날 수 있는데, (광고주 특성 보러 가기 ) 이번에 내방한 광고주 S브랜드 실무진이 유독 기억에 남아 적어보려 한다.


 보통 자본이 많거나 인지도 있는 기업은 대표자가 아닌 관련 부서의 실무진이 미팅에 참여한다. 우리는 S 브랜드 실무진과 사전 유선상담을 통해 기업의 문제 상황과 어떤 마케팅 목표를 가졌는지 대략적으로 파악을 마쳤다. 그다음 미팅을 위해 해당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살피며 상품 판매 현황, 상세페이지 상세 구성, 데이터 트랙킹 여부 등을 파악했다.

(잠깐, 왜 이렇게 다양하게 살펴보는 걸까? 단순히 광고가 아닌 마케팅을 다루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터 직무 알아보기)


진짜... 안 될 거 뻔히 보이는데 진행하라고 하니 미치겠어요.



 허겁지겁 방문한 S브랜드 실무진의 첫인상은 '바빠 보인다, 고민이 깊어 보인다'였다. 말문을 연 그는 유선상담에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했다.


1) 모든 의사결정의 최종은 장님인데, 실무진과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어떤 상품을 대량으로 들어온 것

2) 쌓여있는 재고는 많은 데 고객 수요는 현저히 낮은 점(심지어 상품에 대해 알지도 못 하는 상태)

3) 장님이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잘 몰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 

4)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실무진의 몫이라는 것


 보통 미팅에선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이렇게 한쪽에서 속사포로 하소연을 토로한 건 처음이었다. 사실 이런 경우 즉석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어렵다. 대행을 진행하면서 맞춰가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다. 상대방의 고민에 충분히 공감해주며 앞으로 시도할 수 있는 전략과 최고 의사결정자를 설득하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소규모라 함께 논의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그래서 기업규모에 따라 상하 수직 구조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겠구나 새삼 놀라웠다. 되돌아보면 기업 대표와 실무진의 의견 차이는 꽤나 빈번한 사례였던 것 같다. 가령 실무진은 우리와 대행을 진행하고 싶지만 대표자가 다른 대행사와 계약하고 싶어 한다며 답답해하는 경우, 또 어떤 실무진은 새로운 컨셉의 광고 이미지를 시도하고자 하지만 기존 브랜드 컨셉을 고수하길 원하는 대표진에 의해 무산되는 경우처럼 말이다.


 미팅을 한 지 3주가 넘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안 오는 거면 대행이 무산된 것일까?


이전 16화 여기가 광고대행사인데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