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 퇴사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이들 중에는 물론 다른 회사에 입사하는 친구도 있고, 아무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무작정 퇴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내 주변 절반 이상이 새로운 공부를 위해서 퇴사한다는 것이다. 바로 전문직 공부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회사는 저연차 직원들의 잦은 퇴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궁극적인 퇴사 이유로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가장 컸다. 따라서 회사도 개인의 직무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온보딩프로그램&외부필드트립 등 다양한 제도를 신설하여 구성원들의 직무전문성을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로 이번에 퇴사하는 친구의 답변도 아래와 같았다.
첫째는 역시 전문성이었다. 대한민국 회사원의 모든 업무는 사실상 누구나 일정 교육을 받으면 할 수 있는 업무다. 다르게 얘기하면 누구나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만두면 또 뽑으면 된다. 아무리 중요한 인재가 갑자기 그만둬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 그만큼 우리 생각보다 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짜여져 있다. 신입사원 때 가졌던 패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2030들은 대체가능한 인력이 되지 않기 위해 당당하게 회사를 떠나고 있다.
문과 전문직은 8대 전문직을 일컫는다.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사자 직업이 이에 해당한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경영지도사, 법무사, 관세사이다. 위의 친구처럼 이과인 경우 한의사나 의사, 약사 등이 있겠다.
최소로 잡아도 2~3년 이상은 공부 해야 하는 이 만만치 않은 시험들을 지금 아니면 (20대 후반~30대 초) 영원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도전하는 2030들이 그저 멋있고 존경스럽다. 나이가 들면 똑같은 공부를 해도 암기력이 떨어지고,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인 만큼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면 체력이 뒤따라 주지 않는다. 이에 젊은 20대는 가장 체력이 받쳐줄 때 후회없이 도전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왜 전문직에 이렇게 열광하게 된걸까?
첫째, 사회적 인정이다. 2023년 기준, 직업은 과거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첫인상으로 직업을 얘기함으로써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직업 하나로 그 사람 인생 전체를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얘기는 옛날 얘기다.앞서 퇴사한 친구가 얘기한 3번째 이유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서 어쩌면 사람들은 전문직 시험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근무강도나 적성은 그 이후의 문제다.
둘째, 높은 급여와 안정성이다. 전문직 타이틀이 있으면 어떤 곳에서 일하던 짤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곳에서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입사한다고 한들 더 높은 급여도 보장된다.전문직은 인사체계나 연봉테이블부터가 일반직군과 다르게 셋팅되어 있다.
이 달콤한 조건들을 뒤로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친구의 마지막 말에 있다. '회사원으로써 결핍된 가치. 전문성 함양'.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 욕망이 있고 희열을 느낀다. 성취를 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즉,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는 삶. 자아실현이다.
최근에 퇴사한 친구들을 목격하며 든 깨달음은 삶에서 성공이란 돈도, 명예도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은 곧 자아실현이다.
내가 대학생 때 그리고 취업준비생 때 가졌던 꿈은 모두 내 경험의 연결고리를 이어 만든 것이었다. 내가 선택하고 행한 그 경험들이 내가 무의식적으로 관심 있어했기에 그 길로 간 것이며,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학생들은 늘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인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내 관심사를 모르기 때문에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방황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공무원준비를 하거나, 공기업준비를 하거나 따라 하기 바쁘다. 획일화된 수업방식, 공부방식에 그것이 인생의 전부로 생각하고 올인한다.떨어지면 좌절하고 재도전하며 다른 길을 볼 수 있는 시야를 잃어버린다.
나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몇백개나 썼으며 회사에 내 삶을 맞추고자 했다. 나는 오늘 또 누군가가 하게 될 이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맞는 직무는 무엇이고 나에게 맞는 시험은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내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회사에 맞추는 삶이 아닌 그 반대로 회사에서 스카우트제의가 오는 것처럼 주체적인 인생을 살도록 학생들을 돕고 싶다.
블로그에 무료로 취업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준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역대급 한파 취업시장에서 청년들은 사회의 첫 시작부터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모두가 서로를 도울 때 비로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문과생으로써,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통받고 고민할 때 제대로 된 문과 직업탐구 책이나 콘텐츠가 있었다면 문과생들의 '자아실현'을 이끄는 데 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쓴 이 경험에서의 시행착오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새로운 동기부여를 내게 주었다. 오히려 이 시행착오는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과생들의 직업에 관해 자연스레 공부하게 된 소중한 계기였다.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에게 진짜 본인이 좋아하는 일&잘하는 일을 발견하도록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글로써 도움을 주고 싶다. 문과생들의 직업탐구 프로젝트에 돌입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