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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가 말하는 갓생이란 뭘까?

마음을 고쳐먹는 일

by 홍그리

요즘 들어 부쩍 내 생각만이 내 인생을 좌우한다고 느낀다. 내가 처한 그 어떤 상황이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이 잘 풀릴 수 있고 지옥으로 치닫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내 나이 32세.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 둘도 없는 친구지만 최근 공무원시험에 2번 연속 낙방해 큰 좌절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결혼을 준비 중인 사람도 많았고 재테크도 열심히 하고 모두가 본인보다 앞서고 있다고 여기고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나와 함께 술을 마셨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밖에 없었다.

1년 반이 넘도록 취업준비생일 때가 생각난다. 그 누구보다 인생살이가 괴롭고 힘들었는데 친구들의 말 한마디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알고 있다. 이 친구는 지금 내 말이 큰 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신 딱 한마디는 꼭 해주었다. 술은 마시지 마라고. 술은 무조건 기분 좋을 때 마셔야 2배, 3배로 행복하다. 오래전부터 몸소 느끼고 실감하는 중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술을 마시면 스스로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 헤어 나오질 못한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끝없는 우울로 향하기에 절대적으로 술은 기분 좋을 때, 행복할 때 마셔야 한다.

이때가 불과 2개월 전이다. 최근에 고향에서 만난 내 친구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설레어하는 눈동자가 눈에 선했다. 2개월 사이 소믈리에 자격증과 바리스타 1급을 땄단다.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 도전하는 그 모습에서 확실히 느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와 열위의 대상을 비교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생각일 수 있지만 이럴 땐 약으로 작용한다.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그들은 묵묵히 이 상황을 개선하려 열심히 살아가는데 자책만 하고 앉아있기엔 너무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일이 안 풀리거나 세상살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정답은 딱 두 가지다.

첫째로, 내가 자의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어제 내가 나를 꾸짖는 상사 앞에서 '아! 그때 이 말을 했더라면' 혹은 '지난주 있었던 중요한 약속 앞에 지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해도 애석하게도 이미 지나갔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내가 자의로 개선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현실을 온전히 100% 받아들인 채, 하루빨리 이 상황을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한다. 내 친구도 본인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인생을 살고자 본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술을 끊고 바리스타 국비학원을 다닌 것이다. 본인에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수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냉정하게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둘째,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 이것은 미니멀리즘의 가장 근간이 되는 마음가짐인데 사물이나 물건뿐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모든 것에 해당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가진 환경, 내 여자친구, 사랑하는 가족 나를 둘러싸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감사하면 매사에 욕심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회적 명예와 부를 이미 이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젊음, 청춘이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와 전재산을 털어서 젊을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앞에 놓인 현실이 그토록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부자들은 '가능성'에 배팅한다. 무수한 시간 속에서 우린 그저 하기만 하면 된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 때 아무 생각 없이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만 공부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미국에서 영어만 공부했던 그 시절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 당시는 물론 그때 나름대로의 고충과 힘듦이 존재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다.

셋째, 자기 돌봄이다. MZ세대에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절대 조직이나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의 인생을 발전시키고 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갓생이다. 나 스스로 계획한 미라클모닝이나 영어공부 등 자기계발이 선순환을 낳는다. '회사에서 성공하겠다', '큰 사업체를 이루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보다 조금 더 단기적인 작은 성취를 이루어가며 본인들의 자존감을 키워나간다.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내 능력을 사용하여 최대한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한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런 모습이 기성세대들에겐 이기적이고 단체생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남는 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현명하게도 지금 20대, 30대에 이미 알고 있다.

우리들의 아버지를 보자. 30년이 넘도록 평생 한 회사에서 인생을 갈아 넣었는데 지금 가족이 아니고서도 아버지들의 인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아파트 한 채밖에 없다. 그것도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고는 회사에서의 승승장구하던 시절들이 마치 신기루처럼 머릿속을 스쳐가고 한순간에 버림받고 만다.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우린 이미 젊어서부터 아는 것이다. 남는 것은 나뿐이라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마지막으로 쉴 때와 일할 때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한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에는 집중해서 하고 내 할 일이 끝나면 격하게 쉬는 것이다. 그냥 누워만 있기에 쉬는 것도 시간낭비라고 생각해 평소에 가고 싶던 나라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용돈을 모아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거나, 본인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거나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할 수 없는 추억거리를 찾는 데 시간을 쓴다. 그것이 의미 있는 재충전이며 내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버팀목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정답을 강요받며 산다. 모범적인 삶이 정해져 있으며 그것을 어길 땐 주변의 질타를 받는다.

멕시코에 있을 땐 집 앞에 매일 아침 어디서 요리한 지 정체도 모를 바구니에 든 코를 파는 아저씨 계셨다. 항상 웃고 계셨다. 내 구두를 10페소에 닦아주는 학교 앞의 아저씨 삶도 그 자체로 너무 소중하다. 매일이 행복해 보였다. 4페소에 담배 한 개비를 팔던 길거리의 아주머니 눈에도 늘 사랑이 가득했다.

너무 다 잘 지낸다. 더 행복하다. 눈치 안 보고 각자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갓생이고 그것을 지금 2030들이 대한민국에서 처음 이끌어가고 있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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