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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13. 2022

내포의 작은 성당 면천공소 외

성당기행 #5

소중하고 빛나는 순례의 기억에 공소 역시 잊지 못할 건축물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집도 있지만 정성을 다해 보살핀 집들은 언제나 깨끗하고 말끔한 인상을 준다. 시골길을 지나다 운좋게 만나는 작은 공소는 그런 건축물 중 하나라 둘러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크고 웅장한 성당의 건축미는 아니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미니어쳐 같은 느낌이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뾰족한 첨탑위의 십자가와 14처도 제대도 있고 스테인 글라스로 한것 치장한 공소도 있으니 그야말로 작은 성전이다.


면천공소

면천공소는 당진의 합덕성당을 나와 지나 가는 길에서 만난 작은 건축물이다. 길가에 있지는 않았지만 인연이 있었는지 네비게이션으로 도로에서 약30미터정도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차를 돌려 방문한 곳이다. 작은 기대를 품고 찾았지만 차를 돌린 수고를 고스란히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보통 공소는 신부님이 거주하지 않는 작은 시골의 성당이라 대부분 문이 잠겨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행히 면천공소는 문이 열려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시골마을의 이국적인 건축물, 작고 소박하지만 이곳 공소에도 내포의 성당답게 순교한 5명의 복자를 기리고 있었다. 좌우로 7줄밖에 않되는 작은 회중석과 그 앞의 제대와 십자가의 길 14처로 시골의 성당의 기능은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입구의 면천공소란 명패가 옛스럽게 걸려있어 공소의 시간의 길이와 소박함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백곡성당

백곡성당은 면천공소처럼 공소는 아니지만 역시 지나는 길에 만난 보석과도 같은 성당이었다. 언듯 보아도 지은지 얼마되어 보이지 않는 깨끗한 성당이었다. 2018년에 이곳에 있던 공소를 헐고 새로 건축하여 2019년에  본당으로 승격된 건물이라고 한다. 이곳에 있었던 공소의 모양은 모르겠지만 백곡성당의 겉과 속을 들여다 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공소였을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곡성당은 인근의 유명한 성당과 규모로 보아서는 작은 건물이지만 상당히 공들여 설계하고 건축한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황토색 벽돌로 외벽을 두르고 첩탑 아래에 사각형 모양안에 아치형으로 창을 내어 이국적이다. 십자가도 크진 않지만 아름답다. 그 아래에 검은 벽돌로 둥글게 만든 무늬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건물의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주는 듯하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눈앞에 보이는 한옥의 풍경에 깜작 놀랐다. 반전인가? 성당안은 밖의 이국적 풍경과는 너무도 다르게 한옥에서 보는 서까래와 한옥식 창문  그리고 나무 바닥이 너무도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한옥식 창문모양을 한 감실문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상까지 백곡성당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고 할 만큼 감사했다. 성당안을 들러본 나의 얼굴엔 흐믓한 미소가 흘렀고 자리에 앉아 미사를 드리고 싶어졌다. 안으로 들어갈땐 몰랐지만 나올 때 보니 출입문의 스테인글라스가 너무도 이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성당이었다.


여사울 성지 여사울공소


여사울공소는  여사울성지 인근에 있는 작은 공소다. 지금은 여사울성지 성당이 새로 지어져 있지만 여사울공소는 천주교 박해가 극심했던 조선말기 신앙의 중심이 되었던 유서가 깊은 곳이다. 특히 인근엔 내포의 사도 이존창의 생가터도 있으니 여사울공소의 역할이 얼마나 컷을지 짐작이 되는 곳이다. 이 작은 공소를 처음 만났을때 시멘트로 벽을 보수한 것을 보고 약간 실망감이 들었다. 지금도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지는 몰라도 겉으로 보기엔 왠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출입문은 오래되어 보였으나 문주변의 아치를 흰색 페인트로 칠해놓았으니 약간은 유치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소안으로 들어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성당안이 너무도 잘 보존되어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되어 보이는 서까래와 회중석의자가 없는 마루바닥 그리고 감실과 제대. 출입구 쪽의 이층으로 올라가는 목조로  된 계단과 이층의 무늬가 있는 난간도 너무도 옛스럽고 아름다왔다. 그 옛날 이땅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신자들이 모여 신심으로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여사울 공소야 말로 정성을 다해 보살핀 옛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와 다시 본 성당의 시멘트칠이 더욱 정겹고 소박하게 느껴졌다. 흰색 칠도 큰 성당의 검은색 벽돌로 치장된 아치창 이상으로 아름답고 순결하게 보였다. 이 곳에서 순교한 수많은 넋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들의 천국을 상상했다. 여기선 박해받고 죽음을 얻었지만 하늘에서는 충분히 보상받고 행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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