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

by 이상역

누군가 “당신의 몸에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말해주세요?”라고 묻든 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농업기술센터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 강의를 듣는 중에 강사가 수강생에게 던진 질문이다.


강사의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먼저 질문이 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몸에서 나는 향기는 자신은 맡을 수가 없다.


사람은 후각이 예민해서 금방 취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무슨 향기가 나는지 자신은 알지를 못한다. 결국 자기 몸에서 무슨 향기가 나는지는 자신이 아닌 타인이 말해주어야 알 수가 있다.


강사의 질문을 받은 수강생들은 “치자꽃 향기가 난다.”, “로즈메리 향기가 난다.”라고 대답했다. 글쎄다. 자기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면 좋겠지만 무슨 향기가 난다고 남에게 말을 하는 것은 좀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슨 향기가 난다는 대답 대신 강사에게 어떤 향기가 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강사의 질문과 대답이 엇갈렸지만, 나는 과연 어떤 향기가 나는 사람일까 그것이 못내 궁금하다.


사람의 몸에서 나는 향기는 억지로 무엇을 뿌려서 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서 나는 고유한 향기다. 아마도 몸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몸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은 어쩌면 몸에 이상이 있는 신호일 수도 있다.


사람의 향기는 몸에 밴 내적인 미가 아우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사실 아우라는 향기가 아니다. 그날 강사가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를 향기로 바꾸어 표현한 것은 아닐까.


강사의 질문을 바꾸어 “본인에게 풍기는 아우라가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라고 묻는다면 수강생들은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말할 것이다.


우리말은 그래서 어렵다. 무슨 말을 할 때는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고 질문을 해야 한다. 기술센터 강사의 질문이야 그렇다 쳐도 나는 과연 어떤 아우라를 품고 있고 몸에서 무슨 향기가 날까.


지금까지 향기 나는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를 표현하는지 들어보고 싶다. 몸에 밴 아우라와 향기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을 통해 저절로 배어서 우러나는 행동과 행태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어 억지로 웃어 보이거나 좋은 인상을 지을 필요는 없다. 또 몸을 억지로 치장하거나 얼굴의 낯빛을 바꾸는 것은 아우라가 아닌 거짓된 표현이다.


몸에서 향기로운 향이 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 사람에게 “장미꽃 향기가 난다.”, “치자꽃 향기가 난다.”, “라일락꽃 향기가 난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삶의 아우라를 지녔다는 의미다.


아우라에는 그 사람 고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간직되어 있다. 나는 “찔레꽃 향기가 난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장미꽃이나 라일락꽃이나 치자꽃도 좋지만, 산자락의 가시덤불숲의 찔레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찔레꽃 향기를 지닌 사람이 좋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찔레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단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말한 것뿐이다. 사람이 아우라를 갖는 것도 어느 정도 경륜과 연륜이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아우라는 경륜과 연륜과 함께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지 억지로 몸에서 묻어나는 결과물은 아니다.


아우라는 삶을 진솔하고 정직하고 올곧게 살아온 사람에게만 품어져 나온다. 기술센터의 치유농업 강의는 끝이 났다. 내년에 새로운 강의가 시작된다. 강사의 말 한마디를 갖고 글제로 삼아보았다.


강사는 자신이 한 질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주 의미가 있고 한번 생각하게 한 질문이다. 글감의 주제는 생활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발굴하고 찾을 것인가는 다른 시선과 사유가 필요하다.


글감은 평소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도 어쩔 수 없이 엿듣게 되는 전화기 소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 글감이 많아 걱정이지 쓸 것이 없어 쓰지 못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자기 몸을 씻지 않아 나는 것은 향기가 아니라 냄새다. 냄새와 향기는 엄연히 다르다. 향기는 아우라처럼 좋은 의미의 말이고, 냄새는 코끝을 찡그리게 하는 쾨쾨한 말이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슨 냄새가 난다.”라고 했을 때는 나쁜 뜻의 냄새지 좋은 의미의 향기는 아니다. 몸에 향수를 뿌려도 마찬가지다. 향수는 그냥 냄새일 뿐 그 사람의 몸에서 나는 고유의 향기는 아니다.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은 무슨 향수를 뿌렸느냐고 묻는 것이지 향기가 나서 묻는 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내 몸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아니면 향기가 나는지 오늘따라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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