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by 이상역

비 내리는

저녁 어스름에


갈 길을 잃은 기러기처럼

네모난 바보상자로 시선을 돌린다


홀로 방 구들 위에 좌선한 채

검은 세상을 올려다보면

별빛이 가득한 우주가 펼쳐지


시선을 낮춰 내려다보면

바람에 비껴가는 빗방울이 춤을 춘다


오늘이란 빛바랜 하루

이슬을 머금은 듯 어둑어둑 사라져 가고


뿌연 안개로 위장한

낯선 얼굴이 속세를 휘젓는다


너울 춤을 추며

뜬 구름처럼 부유하는 안개


나 또한 오늘이란 하루를 가슴에 안고

바람꽃 같은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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