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출근하려고 아파트 단지를 막 나서는데 출구에서 경비아저씨가 운전하는 내게 거수경례를 한다. 인생의 연륜을 따져봐도 나보다 한참 선배인데 인사를 받자니 왠지 거북하고 쑥스럽기만 하다.
아침마다 아저씨의 인사를 받는 것이 미안해서 차의 운전대를 잡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덩달아 인사를 한다. 아침 출근길에 아저씨에게 거수경례를 받고 나자 마음이 한층 밝아지고 운전하는 몸가짐도 새롭다.
아저씨에게 아침부터 인사를 받으면 기분은 좋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마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서다. 그분은 아침부터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서서 왜 인사를 하는 것일까.
아마도 아파트 입주민에게 자신의 존재도 알리면서 직업에 충실하기 위한 방편은 아닐까. 아저씨에게 인사를 받고 차를 운전해서 도로에 들어서면 다양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교차로에서 차량의 흐름을 정리해 주는 사람, 길을 청소하는 사람, 신호등 건널목에서 자녀들의 등굣길을 도와주기 위해 녹색 깃발을 내려주는 아주머니 등 일상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분들을 바라보며 사회생활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작은 몸짓으로 남을 위해 애쓰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회를 따뜻하고 밝게 해주는 것 같다.
아침에 경비아저씨가 거수경례 하는 모습을 보자 학창 시절 거수경례를 배우던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자 입학식 첫날부터 선생님이 모자를 쓴 자세로 하는 거수경례를 가르쳤다.
근 한 시간을 단결이란 구호를 외치며 손바닥이 앞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손가락 중지 끝을 모자의 오른쪽 끝 선에 닿도록 가르쳤다. 중학교는 질서와 전통과 통일을 위해 각과 모양을 잡는 거수경례를 가르쳤다.
초등학교에서 인사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배웠는데, 증학교에서 거수경례는 ‘차렷!’이란 구호에 양손을 달걀을 가볍게 움켜쥔 것처럼 쥐고 있다가, ‘경례’란 구령과 동시에 오른쪽 손바닥을 쭉 펴서 중지 끝을 오른쪽 모자 모서리에 살짝 대는 것을 배웠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하는 거수경례는 삼박자를 맞추어야 한다. 학생들의 오른손이 동시에 올라가야 하고, 손바닥이 앞에서 인사를 받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고, ‘단결’이란 구호를 일제히 외쳐야 한다.
근 오백 명의 학생이 삼박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개구쟁이티를 막 벗어난 중학교 신입생을 세워놓고 거수경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중학교에 입학해서 배운 거수경례는 고등학교와 군대에서도 재현되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거수경례는 중학교 때보다 숙련되었고, 군대에서 배운 거수경례는 학창 시절보다 각과 절도가 있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절도 있게 배운 거수경례도 시간이 흐를수록 절도와 각을 떠난 인사가 되었다. 계급이 낮은 부하가 인사를 해오면 모자를 쓴 상태에서 말로 “야! 됐어. 그만둬”라거나 한쪽 다리를 옆으로 쭉 뻗대면서 이상한 자세로 인사를 받곤 했다.
그리고 거수경례 구호도 ‘단결’, ‘통일’, ‘충성’, ‘백골’, ‘승리’ 등 다양해졌다.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의 단합된 힘을 기르기 위해 ‘단결’이나 ‘통일’을, 군대에서는 군기를 잡거나 군인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부대 이름이나 ‘충성’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군대에서 배운 거수경례는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몸에는 거수경례를 배운 습관이 배어 있어 머리에 아무 모자나 쓰고 있으면 고개를 숙이는 인사보다 손이 먼저 올라간다.
직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회자가 ‘국기에 대하여 경례’를 외치면 동료들의 손은 제각각이다. 모자를 쓰지 않았는데도 거수경례를 하는 사람이 있고, 가슴에 손을 얹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거수경례도 아니고 가슴에 손을 얹는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거수경례를 한 경비아저씨의 몸에도 인생살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저씨는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손을 올리는 동시에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거수경례를 한다. 그 자세에는 군대에 갔다 왔다는 흔적과 군대 시절 부하에게 받았던 인사의 흔적도 엿보인다. 아저씨가 엉거주춤한 상태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출근하는 사람들은 한바탕 웃는다.
아침부터 거수경례를 받으면 기분 나쁜 사람이 있을까. 경비아저씨를 통해 거수경례를 배웠던 추억과 함께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본 기분 좋은 하루다. 아침에 즐거운 인사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윤활유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듯이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 짜증을 낼 수도 없다. 사람은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인사를 통한 만남은 인연을 넘어 억겁의 만남으로 연결되는 소중한 징검다리가 아닐까.
평범한 일상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것을 만나고 발견하듯이 내일도 경비아저씨와 새로운 인사와 만남을 기대해 보는 싱그러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