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는 참 좋아하는 작품이다. 돌아가신 엄마를 인체연성하려는 형제의 이야기. “사람을 구성하는 물질과 공식만 알면 사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작년부터는 문득 이런 호기심이 들었다. “인공혈액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피를 많이 흘리면 목숨을 잃는다. 피는 산소와 영양소를 온몸구석구석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하는 생명의 공급망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수술을 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는다. 예전 드라마에서는 먹을 것과 돈을 얻기 위해 헌혈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지만, 지금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자는 취지로 헌혈이 권장된다. 봉사시간이 필요한 학생들, 군 가산점을 노리는 국군 장병들의 헌혈도 여기에 보탬이 된다. 나 역시 헌혈을 하며 혈액 건강을 확인해 왔지만, 잦은 헌혈 탓에 혈관이 숨어버려 주삿바늘을 여러 번 맞는 일이 잦아졌다. 그럴수록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인공 혈액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는 없을까? 논문을 찾아본 결과,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생체 유래가 아닌 화학물질로 혈액을 대체하려 하면 불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인체는 장기마다 pH, 온도, 산소 농도가 다른데, 헤모글로빈은 이 조건들에 정교하게 대응하며 산소를 운반한다. 하지만 화학적 대체물은 혈액의 점도 변화 유발, 혈관 수축/팽창 문제, 혈류 저하, 쉽게 분해되는 특성 등 수많은 난관을 안고 있었다.
연구는 이제 줄기세포를 활용해 혈액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이르지만, 이번에는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여전히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결국 영화 [아일랜드] 속 장면이 겹쳐 떠오른다. 세월 속에 병든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복제된 또 다른 나. 동시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장면까지 떠오른다. 난치병을 앓는 형을 위해 동일한 유전자로 복제된 동생.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어내듯 생명을 대체하는 기술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과연 옳을까.
그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이번 주에는 다시 바늘의 공포를 이겨내고, 헌혈의 집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