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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버섯 이야기

by 길고영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부모님이 새로 사귄 친구와 친구네 마을 산에 올라 버섯을 따러 가보려 한다는 이야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 말렸다. 하지만 내 지식은 전공 수업 중 1시간에 불과한 이야기였고, 부모님은 산증인과 함께한 이야기였다.


세월은 흘렀고, 부모님과의 가을철 산행에는 산행 이외의 다른 활동이 추가되었다. 작년에는 그러지 않은 것 같은데... 분명 작년에 이런 푸념을 들은 것 같은데... 산 관리인에게 가방 속 버섯을 발각당해서, 고발조치 대신 가방 속 버섯을 발로 꼭꼭 밟고 겨우 집으로 왔다고...


전공 수업에서 들은 버섯은 이렇다. 사람이 제배하는 버섯은 [온실 속 화초]인데 반해, 야생 버섯은 그야말로 [야생의 생존자]. 버섯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적군에 대항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극독의 성분을 몸에 품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서 야생의 것을 섭취할 때는 알 수 없는 변수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교수님이 주의를 주셨다.


하지만 산증인의 이야기는 달랐다. [수용성 독]의 경우 염장/데치기 등의 방법으로 조치를 한 뒤 맛있게 즐기면 된다고... 혼자 거니는 숲에서 만나는 [닭다리봉 버섯]의 신기한 모양을 보며, 선조치 후 인생의 마지막 한입을 먹어볼지 고민을 해본다.


버섯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 나무나 낙엽 속 유기물을 분해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 눈에는 ‘갑자기 피어난 생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숲 속 어둠 속에서 살아온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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