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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UV 살균 소독

by 길고영

인간은 공존을 선택하지 않고,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인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장내 미생물과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살균’에 집착한다. 올여름에도 집단 식중독 사건이 하루 걸러 한번 보도되었을 정도로 한번 소홀히 하면 화를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회적 비극이었던 가습기 살균 소독제, 그 시작은 아마도 '청결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미생물과 공존을 알았지만, 여전히 생존을 위해 싸운다. 결국 문제는 ‘밀도’.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허용 가능한가의 문제다. 그럼 미생물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어린이였을 때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면, 항상 빨간약을 먼저 바르고, 연고와 반창고를 발랐다. 최근 약국에 가보니 따갑지 않은 무색의 소독제가 진열대에 있었다. 소독제는 미생물의 세포벽을 터뜨려서 살균한다. 하지만 인체가 아닌 물체는 어떻게 살균할까?


초등학생 때 크게 다쳐 병원에 며칠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간호사 언니가 드레싱을 매일 해주었다. 나는 트레이에 올려진 거즈를 만졌고, 그 언니는 울었다. 환자에게 사용되는 모든 수술도구는 멸균 처리된 제품이거나 고온/고압 멸균기에서 푹 삶아진 다음 사용되는 것들이다.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는 식당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세척을 통해 미생물 군집을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적정 온도에 보관하여 미생물이 군집으로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


재오염을 막기 위해선 준비된 도구의 건조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식당의 컵보관함에 쓰인 [UV 살균 소독]. 하지만 UV로 살균이 되려면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된다. UV는 DNA를 손상시켜 번식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포벽을 터뜨리거나, 고온/고압 등의 즉시 작용하는 방식과는 속도가 다르다. UV 살균이라는 광고문구를 믿는 대신, 세척/건조에 더 신경 써보는 건 어떨까?


결국 살균의 본질은 완벽한 제거가 필요할 때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때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초음파 가습기 대신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가열식 가습기를 추천해 보는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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