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맹드 Mar 23. 2023

집. 갖고 싶나요?

에필로그

     자 사는 여성들이여, 결혼을 필요조건 삼아 내 집 마련을 후순위로 내버려 두지 않길 바란다. 

당장 총알이 없어도, 취향과 안목을 키워보자.

남자든 여자든 혼자서도 우선순위만 세우면, 내 집 마련은 가능하다. 그러니, 상대방이 집 있다는 이유로 혹하지 말고, 집 없다는 이유로 내치지 말자. 

가전 쇼핑을 하다 보면, 내가 나를 시집보내는 기분이 든다.

탕진잼은 결혼하는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더라.



     내가 다시 집을 매수한다면,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따져볼 것이다.


     첫 번째로, 시장보다는 자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주 요소들을 나열해 본다.

학군을 우선고려한다면 집값 하방위험은 피할 수 있겠지만, 고령화 시대엔 좀 다른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본인 위주로 생각해 보자.

그다음은, 평소에 관심 있는 동네의 목록을 짜본다. 지금 사는 동네 말고 다른 동네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그리고 계절별로,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방문해 관찰한다.

임장은 물건만 보는 게 아니다. 주변 환경과 물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부동산에서는 친히 알려주지 않는, 게시판에는 대놓고 써놓지 않는 현상들을 최대한 상상해 본다.


     두 번째로, 호재라는 신기루에 마음을 뺏기기보다는 지자체의 관심사항, 지역 예산이 쓰이는 분야를 더 살펴봐야 한다.

호재는... 이웃집 아들내미 이름이 호재다. 그 정도로 개발 호재라는 것에 과도한 의미와 비중을 두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쉽게 온 것은 쉽게 떠나기 마련이다.

신이 나만 어여삐 봐줄 리 없다.


유권확보를 위한 일시적 공약일 수도 있고,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해묵은 과제일 수도 있다. 도로 개통이나 노선 확장은 삽 뜨기까지 실로 하세월이다.

확증편향은 완전히 피할 수 없지만, 최대한 걸러야 한다.

귀가 솔깃해진다? 그럼 의심해 보자. 


세 번째로, 나와 이 지역의 정서적인 결이 얼마나 잘 맞는지 봐야 한다. 내가 이곳에 어울리는지, 이곳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대입해 보자. 

비싼 곳은 비싼 이유가 있다. 하지만 비싸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 나와 잘 맞는 곳이 있을 수 있다.

그 동네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 말투, 표정과 눈빛, 옷차림새도 잘 살펴보길 바란다.

교양 수준이나 시민의식은 집값에 딱히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요새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동네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글에는 사람이 묻어나기 마련이니까.


요행을 바라고 뛰어든 사람은,

그것을 못 얻었을 때 타격이 크다.

처음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소박했다면

그것만 얻어도 만족감이 크다.

그래서 네 번째, 나의 만족과 불만족 회로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자문자답 해보아야 한다.


영화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 영화 <소공녀>의 미소는 자신의 삶을 타인과 비교하며 불행을 일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갈 뿐이다.


시장가격에 내 주거 행복지수를 맡기기엔
각자의 인생은 너무도 크고 소중하지 않은가.
우리 인생에 집을 딱 하나만 살 수 있다면,
집값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집을 선택해야 한다.




이전 15화 시장에서 상품이 되기 전까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