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레시피 ep.018

기묘한 굴라쉬

by 김묘한
나에겐 두 가지 버젼의 굴라쉬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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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가 급히 당기는 날엔 1시간 버젼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어느 날, 혹은 그런 누군가를 위해서는 반나절 버젼으로 만든다.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무조건 맛있지...는 않다. 그냥, 내가 안다. 알기 때문에 위로가 된달까. 나를 위해, 내가 아끼는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썼구나, 그렇게 나의 시간을 보냈구나, 하며. 그 마음이 또 다른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은 나도, 누군가도, 토닥임 듬뿍 받았으니 그 자체가 내겐 위안이다.


따스함과 위안의 음식. 연관검색어처럼 떠오르는 나의 므슈는, 기묘한 치킨슾(기묘한 레시피 ep.002)에서도 말했듯이,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 소화를 더 잘 시켰는데, 아무래도 굽는 것보다는 삶아줄 때 (맛은 덜하더라도) 더 건강하였다. 처음에는 닭 가슴살을 사서 굽거나 삶아주다가 결국엔 백숙용 닭을 사서 통으로 삶아내어 살을 발라주고, 닭 뼈가 푹 고아진 그 육수에 불린 현미&귀리와 다양한 채소를 넣고 죽을 끓여주었다.


그렇게 일반 백숙용 닭을 쓰다가 어느 날 세일하던 무항생제 닭을 샀는데, 끓일 때 나오는 불순물의 컬러나 양이 상당히 달랐다. 몇 번의 경험 후로 나는 므슈에게 무항생제 닭고기만 주었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녀석이 소고기 소화를 잘 못 시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닭을 한 마리 삶으면 양이 꽤 된다. 그리고 매번 간도 안된 그 므슈용 백숙을 내가 먹기엔 버거웠다. 물론 사람용 소금, 후추 간을 하지만. 그래서 그 육수로 슾과 스튜를 끓였다. 강아지에게는 금지된 양파나 마늘, 다양한 향신료도 가득 넣고.


스톡을 만들 때마다 므슈가 생각난다. 배고플 때 사료를 쉽게 먹을 수 있는 다른 강아지들과는 달리, 녀석은 늘 기다려야만 했다. 그 큰 눈으로 닭 한 마리가 삶아지는 걸 바라만 보며 껌뻑껌뻑 졸며 잘 기다리던 녀석이 언젠가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못 기다리겠다고. 왈- 내놔! 왈- 그때부터는 소분하여 얼려두기 시작했다. 냉동 음식은 먹지 않던 내게 또 다른 새로운 일상이 생긴 것이다.


지금도 스톡을 한 솥 끓이면 므슈의 밥을 소분하듯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둔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으슬으슬한 아침에는 그 스톡을 이용해 굴라쉬 한 그릇 따끈하게 만들어 먹고, 점심 to-go를 하기도 하고, 저녁에 와인과 함께 근사하게 식탁을 차리기도 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물론 한 솥 끓인 그날은 동네 파티 날이고. 녀석이 나에게,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갔다.


<기묘한 굴라쉬_한 시간 버젼>


재료: 치킨 스톡(없으면 채소즙, 물), 소고기 사태(or 양지, 우둔살/ 돼지고기 사태 등등), 레드 와인, 양파, 샐러리, 당근, 감자, 통마늘, 토마토, 홀토마토, 토마토 페이스트, 스모크트 파프리카 파우더, 페퍼론치노, 월계수 잎, 이탈리안 파슬리, 소금, 후추, 버터, 오일


+카이옌 페퍼, 큐민, 넛맥, 캐러웨이 씨드


1. 작은 사이즈로 챱한 고기를 버터와 오일을 두른 팬에 소금과 후추를 더하여 볶는다.

2. 볶는 동안 채소 손질

- 시간을 줄인 레시피이므로 최대한의 풍미를 위해 양파, 마늘, 샐러리는 가능한 한 얇게 슬라이스하고 당근과 감자도 작게 자른다.

3. 1의 고기를 건져 두고 팬에 남은 기름에 2의 채소를 넣고 소금, 후추를 넣고 볶는다.

4. 2의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건져 두었던 고기를 더하고 스모크트 파프리카 파우더(+ 카이옌 페퍼, 큐민, 넛맥, 캐러웨이 씨드)를 넣고 재료에 파우더가 스며들 때 까지 볶는다.

5. 4에 홀토마토를 넣고 주걱으로 으깨가며 저어준다.

6. 5에 챱한 토마토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더하여 볶는다.

7. 6에 와인과 치킨 스톡을 콸콸 붓고 페퍼론치노와 월계수 잎, 이탈리안 파슬리를 더해 30분 정도 더 끓인다.


- 향신료 생략은 가능하나, 단축 버전에서 깊은 맛을 내려면 향신료만이 답이다.

- 내가 바쁜 사람이고 음식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좋은 식재료들을 구비해두자.

- 치킨 스톡이나 채소 스톡은 시간이 있을 때 만들어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면 이럴 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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