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레시피 ep.017 & 와인 페어링

기묘한 슈크르트

by 김묘한
어느 겨울이었다.

그는 내게 겨울 음식을 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해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참 달랐지만, 어느 면에서는 상당히 비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그는 프랑스 겨울 음식을 고민하다 슈크르트를 얘기했고, 인터넷을 며칠 뒤적이더니 본인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친구들은, 겨울마다 슈크르트를 먹게 되었다.


독일 여행 중에 몇 번은 먹었던 듯한 비쥬얼의, 채소는 없고(다 뭉그러진 양배추 따위 빼고) 고기와 소시지가 덩어리로 있던 그 음식은 대부분 육식주의자인 이들에겐 환영받는 요리였다. 내 우김으로 가엽게 홀로 컬러감을 갖고 얹어져 있던 당근은 어쩌면 그즈음 그와 나의 관계 속의 나와도 같았다. 난 왜 그때 헤어지지 못했을까. 나의 바보 같은 구석은 하필 그런 때에, 안쓰럽게 발현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물과 기름이 튀고 바래진 프랑스어로 적힌 그만의 소중한 레시피를 들고 만들었던 그의 슈크르트를 함께 했던 내 친구들은 어느새 나의 레시피로 함께 하고 있다. 우리의 겨울 루틴, 그 덕에 여전히 근사한 연말 파티를 하고 있다. 난 여전히 슈크르트 속 기묘한 당근 같다.


<기묘한 슈크르트>


재료: 사우어크라우트 250g, 돼지고기 (삼겹살, 목살, 다리살 등 통으로 된 고기) 1kg, 닭 다리 6피스, 소시지 600g, 샤퀴테리 300g, 감자 8개, 당근 2개, 양파 3개, 샐러리 2대, 마늘 10쪽, 화이트 와인 (알자스 리슬링 1병), 카이옌페퍼 1Ts, 캐러웨이 씨드 1ts, 큐민 씨드 1ts, 코리앤더 씨드 1ts, 쥬니퍼베리 1ts, 타임 1ts, 정향 4알, 월계수잎 3장, 통후추 1ts, 부케 가르니


* 사우어크라우트 재료: 양배추, 천일염(양배추의 3~5%)

+ 부케 가르니 (Bouquet Garni) - 기묘한 피클 (기묘한레시피 ep.015) 참조

+ 훈제 족발, 오리 가슴살, 통 베이컨 등 원하는 고기와 샤퀴테리

- 사우어크라우트는 시판용으로 구할 수 있지만, 만들기 어렵지 않으니 우리 땅에서 나는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들어 쓰자.


1. 사우어크라우트는 물에 2~3번 헹구어 염분을 제거한다.

2. 양파를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하여 볶는다.

3. 슬라이스한 마늘, 챱한 샐러리를 볶는다.

4. 통 돼지고기를 껍질쪽부터 시작하여 팬에 시어링을 한다.

5. 겉면이 바삭하고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접시에서 레스팅 한다.

- 토치로 불 맛을 입혀주면 더 좋다.

6. 팬에 남은 기름에 닭다리를 시어링 한다.

7. 역시 겉면이 바삭하고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접시에서 레스팅 한다.

8. 팬에 남은 기름으로 큼지막하게 썰어둔 감자와 당근을 구워 2/3 정도 익힌다.

9. 큰 무쇠솥에 사우어크라우트와 2와 3의 채소를 넣는다.

10. 통 돼지고기, 닭다리를 넣는다.

11. 부케 가르니와 재료의 향신료를 모두 넣는다.

- 음식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다면 육수 팩에 모든 향신료를 담아 넣는다.

12. 와인을 2/3병 넣는다.

12. 150~160도에 예열된 오븐에 재료가 담긴 무쇠솥을 뚜껑을 덮은 채로 1시간 반 정도 익힌다.

13. 소시지, 샤퀴테리와 미리 구워둔 8의 채소를 12에 넣고 남은 와인 1/3병을 넣은 뒤 뚜껑을 열고 1시간 반 익힌다.

14. 바게뜨나 사워도우 브레드, 머스터드와 함께 서브한다.


- 기묘한 짜즈키(기묘한레시피 ep.014)를 곁들이면 훌륭한 페어링이 된다.

- 알자스 리슬링 대신 향이 좋은 페일 에일 맥주를 넣어도 좋다.

- 훈제 족발을 사용한다면 독일식으로 흑맥주를 넣어 보자.

- 샤퀴테리 샵이 근처에 있다면 꼭 통 베이컨을 포함한 다양한 샤퀴테리를 써보고 각자의 입맛에 맞는 것을 찾자.

- 결국 고기와 소시지의 기름에 흠뻑 적셔진 채소를 먹는 셈이다. 되도록이면 무항생제 고기와 무항생제 소시지를 쓰자.

- 바게뜨나 사워도우 대신 피타 브레드나 또띠아를 곁들여도 좋다.

- 오븐이 없다면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중불에서 뭉근히 끓여 낸다.

기묘한 와인 페어링: 슈크르트는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비 오는 날 파삭하게 튀겨진 김치전에 막걸리 한 잔의 페어링이 완벽하듯, 지역 음식을 먹을 때 그 지역의 와인을 마시는 건 음식에 대한 좋은 대우이다. 알자스 리슬링(드라이)이나 알자스 피노누아를 페어링해 보자. 리슬링이 주는 대표적인 페트롤 뉘앙스가 튀기도 전에 슈크르트의 기름짐이 입안 가득 채워질 것이고, 그것의 느끼함을 느끼기도 전에 리슬링의 산미가 잡아줄 것이다. 알자스의 피노누아를 쉽게 구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재미와 맛을 위해 조금의 노력을 기울여보자. 피노 특유의 쿰쿰함과 오랜 시간 녹진하게 고아진 샤퀴테리와 소시지 등의 조화가 참 좋다.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되도록이면 그랑크뤼 급을 선택하자. 부르고뉴 등 다른 지역의 와인에 비해 아직은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알자스 요리와 와인의 밸런스, 기막힌 마리아쥬를 한 번 느꼈다면 와인의 세계에 이미 빠진 당신을 마주할 것이다. 반가워요, 와인에 빠진 당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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