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피클
3월이다.
- 23년 3월에 쓴 글이다.
눈만 깜빡여도 하루가 간다. 어린 날, 하루가 너무 길다고 투덜대면 어른들은 나지막한 한숨을 뒤로하고 그저 웃어 보였다. 지금 보니 그게 '웃픔'이라는 거였다. 아이의 해맑음에 웃고, 본인의 나이 듦에 서글픈.
눈 몇 번 깜빡이면 3월이 간다.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절임 요리.
제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도 아쉽다면 우리에겐 참치캔처럼 든든한 절임 요리가 있다. 제철 과일을 졸여 잼을 만들 수도 있고, 싱싱한 굴이나 연어로 굴절임과 연어장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어패류는 오래 보관하기 어렵지만, 만들어두면 떠나가는 계절을 붙잡을 만큼 서운하진 않을 위안이 든다.
추운 겨울의 땅속에서 단단하게 견뎌낸 뿌리채소인 연근은 11~3월이 제철이다. 칼륨과 식이섬유, 비타민C가 풍부해 염증을 줄이고 소화 기능에 도움을 주며 목 통증이나 환절기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제철 채소 피클은 아삭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어 준다. 좋은 재료를 쏟아부어 만들어진 숙성된 피클의 쥬스는 샐러드 소스로 알뜰하게 이용한다. 기묘한 브런치에서 샐러드를 맛본 사람들은 늘 칭찬하는 기묘한 샐러드 드레싱의 비밀. 일단 피클을 만들자. :)
재료: 제철 채소 1kg, 샐러리 두 대, 물 700ml, 천연 식초 350ml, 유기농 비정제 사탕수수 270g, 피클링 스파이스 1Ts, 월계수잎 3장, 제주 유기농 레몬 1개, 천일염 10g, 부케 가르니
+ 부케 가르니 (Bouquet Garni)는 몇 가지의 허브를 조리용 실로 묶어 요리에 넣어 향을 낸 뒤, 쉽고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는 허브 묶음이다. 생 허브는 이탈리안 파슬리의 잎을 제외한 줄기를 쓰거나 타임, 로즈마리 등을 사용한다. - 끓이는 용도
+ 생 허브 (딜, 타임, 로즈마리 등) - 보관할 때 함께 넣는 용도
+ 슬라이스 한 마늘(2알)이나 생강(1알)
+ 청양 고추 2개 or 페퍼론치노 3알
+ 케이퍼, 케이퍼 베리, 올리브 등을 더하면 독특한 풍미의 피클이 완성된다.
- 채소 종류: 연근, 당근, 무, 래디쉬, 오이, 샐러리, 양배추, 방울 양배추, 양파, 적양파, 샬롯, 비트, 콜라비, 브로컬리, 컬리플라워, 파프리카, 가지, 토마토, 오이고추, 꽈리고추, 할라피뇨, 아스파라거스 etc
- 집에 양배추즙, 양파즙 등 채소수가 있다면 물 대신 그것을 활용한다. 컬러가 탁할 수 있으므로 꼭 비트를 사용해 예쁜 색을 낸다.
- 사탕수수의 양은 갖고 있는 식초의 산도, 당도 그리고 각자의 입맛에 따라 조절한다. 끓이는 동안 사탕수수 결정이 다 녹았을 때 맛을 보고 너무 달다면 식초와 물을 추가하고, 너무 시다면 사탕수수의 양을 추가한다.
- 식초는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꼭 천연 식초를 사용한다. 인공 합성 식초가 아닌 곡물이나 과실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하여 숙성시킨 식초를 사용한다. 인공적인 신맛을 내지 않은 자연 식초는 발효 과정에서 미네랄, 유기산, 비타민 등 좋은 영양분들을 갖는다. 피클 쥬스를 유용하게 쓸 예정이니 더욱 신경쓰자.
1. 어떤 채소든 깨끗하게 손질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 연근의 경우 끓는 물에 식초 1Ts, 소금 1ts을 넣고 1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구어 준비한다.
- 가지의 경우 통으로 넣는데, 잘게 칼집을 내어 준비한다.
2. 물, 천연 식초, 유기농 비정제 사탕수수, 피클링 스파이스, 월계수잎, 부케 가르니, 천일염을 더해 끓인다.
3. 통에 1의 채소와 슬라이스한 레몬을 담는다. 오래 보관할 경우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 마늘, 생강, 고추, 케이퍼, 케이퍼 베리, 올리브 등을 더하고 싶다면 이때 함께 넣는다.
- 생 허브 (딜, 타임, 로즈마리 등)도 함께 넣는다.
4. 끓인 단촛물을 체에 밭쳐 허브와 스파이스를 걸러내고 3의 재료가 잠기도록 붓는다.
5. 상온에서 하루 숙성시킨 뒤 냉장고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