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카레
나의 방랑의 결실은, 어쩌면 요리일까.
지금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는 하지만, 예전엔 참, 그랬다. 그렇게 어디든 쏘다니며 얻은 결과물로 난 각국의 향신료나 향신채에 매우 관대한 사람이 되었다. 아니, 사랑하게 되었다. 기묘한 레시피를 그대로 하여도 다른 맛이 나오는 데는 이 향신료들의 다름이 분명 큰 역할을 한다. 세계 각지에서 얻어낸 나의 보물들. 그 보물들을 적절한 감으로 조합하여 만드는 정체불명의 나의 음식들은 그래서, 나의 유산이다. 아주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가진 다른 인종들의 '멜팅 팟'같은 맛. 경험해 보지 못한 이국적인 여행지나, 과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어딘가가 몹시도 고플 때는, 그렇게 카레를 끓인다. 영국하면 인디언 음식이지~하며 놀려댔던 싱거운 영국 친구와의 기억도, 송크란 그 물총 세례 속에서 먹던 향긋한 태국 커리도, 따뜻했던 뉴욕의 인디언 레스토랑도, 삿포로의 그 녹진한 수프카레도, 나라는 큰 팟에 옹기종기 모여 멜팅되어 탄생한 기묘한 카레.
이런 결실에 떠남이 어찌 두려울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떠나보자.
<기묘한 카레>
재료: 기묘한 카레 파우더, 치킨 스톡(기묘한 레시피 ep.002, 없으면 물), 원하는 채소, 버섯, 고기, 그 무엇이든 :)
*** 기묘한 카레 파우더 재료: 강황, 큐민, 토마토, 파프리카, 카이옌 페퍼, 실란트로, 카다멈, 넛맥, 시나몬, 울금, 정향, 머스터드, 생강, 마늘, 양파, 후추(모두 파우더화 된 것으로. 되도록이면 유기농으로.)를 믹스한다. 비율은 강황, 큐민을 6.5으로 토마토, 파프리카, 카이옌 페퍼를 1.5, 나머지를 2로 잡는다.
- 위의 재료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재료 중 강황 가루는 꼭 구입해 시판용 고체 카레에 반 컵 정도 더해 끓이거나, 강황밥을 지어 함께 곁들이면 근사하게 이국적인 맛과 향을 낼 것이다.
- 파우더를 만들어 놓으면 카레를 하지 않아도, 고기나 생선, 채소의 볶음요리를 할 때 훌륭한 소스로 활용 가능하다.
- 채소와 버섯은 취향에 맞게, 제철에 맞게 넣는다. 양파, 셜롯, 마늘, 생강, 샐러리, 당근, 양배추, 파프리카, 브로컬리, 컬리플라워, 가지, 고추, 애호박, 단호박, 감자, 고구마, 옥수수,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연근, 죽순, 시금치, 그리고 모든 종류의 버섯
-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 취향에 맞는 고기를 넣는다. 삶은 달걀이나 삶은 메추리알을 더해도 좋다. 고기를 굳이 넣지 않아도 채소를 잘 볶아준다면 고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정말이다. :)
1. 양파를 얇게 채 썰어 갈색이 날 때까지 볶아 따로 준비한다.
2. 원하는 고기를 볶아 따로 준비한다.
3. 원하는 채소와 버섯을 모두 볶아 따로 준비한다.
4. 치킨스톡에 기묘한 카레 파우더를 잘 풀어 준비한다.
5. 1+2+3+4를 모두 더해 뭉근하게 끓인다.
- 삿포로의 수프카레를 원한다면 채소는 파와 고추 기름을 내어 볶고, 꼭 치킨 스톡을 내어 뭉근하게 끓여 내고, 제철 채소를 파삭하게 튀겨내 고명으로 얹는다. (특히 겨울엔 연근 튀김을 잊지 말자!!)
- 동남아 스타일의 카레를 원한다면 치킨 스톡에 코코넛 밀크를 더하고, 채소는 코코넛오일로 볶는다. 그리고 실란트로와 생강 파우더의 양을 늘린다. 레몬그라스를 꼭 넣어 끓이고, 마지막엔 생 라임을 짜서 넣고, 신선한 고수 잎을 더해준다.
- 인도 스타일의 카레를 원한다면 기(Ghee)버터에 채소를 볶고, 파우더 양을 더하여 걸쭉하게 끓여 내고, 마지막에 신선한 요거트를 더하여 먹는다.
- 어릴 적 엄마의 카레를 원한다면 고형 카레 대신에 오뚜기 카레 파우더를 쓴다. 오히려 더 좋을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