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026.02.12

by 류류류

아침에 일어나서 아직까지 이불속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는데

순간, 어라 오늘은 꿈을 안 꿨네. 생각했다가,

아니지. 오늘은 꿈이 기억나지 않네.라는 생각에 멈췄다.


그 사람과 오랜 연애를 끝내고 적어냈던 노트들을 우연히 발견한 순간.

6년 전의 내 모습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물처럼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꿈같이 느껴진다.

꿈이었을까.

남아있는 흔적이라곤 내 기억과, 그가 선물했던 가느다란 커플링.


회사 후배가 작년부터 계속 이 커플링을 팔라고 했다.

그래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맞는 말이야. 그걸 판 돈으로 우리 대창이나 배 터지게 먹자.라고 했다.


대창은 배 터지게 먹었고,

금값도 괜찮았는데,

팔지를 못했다.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중에 금 값이 더 오를걸 기대해서가 아니라.

뭐랄까.


그 어느 것보다 실제 같았던 우리의 관계가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내가 가진 유일한 단서 같은 것.


뭐 물론. 꿈이 아니었음을 꼭 증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팔기 싫었다.

그냥. 팔 수가 없었다.


6년도 더 전에, 8년 전 즈음 되었을까.

한창 장거리 연애 중이던 우리는 커플링을 맞추며

이걸로 사람들이 우리가 서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결혼반지와 잘 어울릴만하게,

지금은 값어치도 없지만 그땐 너무나도 예뻐 보였던,

얇고 자잘한 다이아들이

아롱아롱 박혀있는 반지를 골랐었다.


그때의 내가 그립냐.라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과거의 어느 시점이 그립다거나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가고 싶다거나

그런 열망을 가질 에너지도 사실 없는 것 같다.


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늘 그래왔듯 온몸으로 맞이하며

나를 스쳐 지나간 시간과 함께

그만큼 늙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약간 쓸쓸하고, 약간 슬플 뿐.

과거나 미래로 날아가고 싶지 않다.

현재에나 제대로 있었으면. 싶다.


꿈같은 과거를 지나와

꿈처럼 사라져 버리는 현재를 살고

꿈같은 미래를 그려보곤 한다.


사람이 죽을 때,

인생의 의미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고 하던데

그러면 그 후에

나는 꿈에서 깨는 것일까

아님 잠이 들어 꿈을 꾸게 되는 것일까.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생각에

마음이 꿈만 같다 여긴다.


현실과 꿈.

꿈과 현실.


6년 전의 나와

6년 후의 나.


비슷하기도.

달라져버리기도 한

그때와 지금의 나.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내 느낌에

내일 아침에 나는

꿈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미래를 과거처럼 느끼고,

과거가 미래처럼 다가오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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