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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Dec 08. 2023

'삼치회' 맛을 알면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이학식당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삼치회'

보돌보돌, 쫀독쫀독, 씹는 맛이 있지요.
비린맛이요? 전혀 없어요.
먹고 나면 입이 시원합니다.
해남 돌김에 찹쌀밥 올리고, 묵은지  올리고, 양념간장 찍은 삼치 올리고, 작게 썬 마늘과 고추를 올려 입에 넣으면.

좋은 사람들과 열심히 먹어둬야죠.
봄이 오기 전까지.



“두부야, 김 선생님에게 연락 왔어. 오늘 저녁 뭐 먹지?”

“왜? 상무님은?”

“출장 가신다는데. 너 몰라?”

“음...”

“어떻게 네가 몰라? 옆에 계셔?”

“응”

“그럼 시간 봐서 전화해.”

“응.”

“두부야, 저녁에 밥 먹으러 가자.”

“응”     


김 선생님은 저의 요리 보조 선생님이다.


올봄, 윤산중학교 요리 수업을 같이해줄 보조 선생님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바로 ‘김 선생님’.   

  

바로 두부에게 전화했다. “상무님 계시니?”

동생이 놀란 목소리로 “언니가 상무님은 왜?”

다짜고짜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동생의 황당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여쭤볼게.”

그리고 상무님과 통화 후, 상우님에게 달려갔다. 


“사모님을 제 요리 보조 교사로 모시고 싶습니다.”라는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건 제 집사람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라며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김 선생님 아니 그때는 사모님을 만나려 출발하려는데, “저도 같이 가요. 두부씨도 퇴근 얼마 안 남았어요.” 상무님도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하여 우린 갑작스럽게 순대국밥 집에 넷이 앉아있게 됐다.     

“서진 씨, 제가 요리를 가르친다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라며 사모님이 먼저 말을 다.

“제가 원하는 보조 선생님은 아이들이 칼질을 못 한다고 칼을 뺏고, 잘못 볶는다고 프라이팬을 핀잔주는 사람이 아닌. 기다려주는 선생님을 원합니다.”

“이 언니, 답답할 정도로 애들 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거든요.”라며 기특한  두부가 거들어주었다.

“전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선생님이 필요한데, 사모님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며 사모님을 바라보았다.

전 못해요. 건강도 좋지 않아서.”라고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언니가 사람은 잘 보는데. 특히 일에 대해선 특화된 사람이라.”라며 두부도 사모님을 바라봤다.

“우리 와이프가 그런 일은 안 해봐서.”하고 상무님도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잘 마시지도 않는 소주를 상무님께 한 잔 따라드리고, 도 한잔 따라 마셨다.


“만난 선생님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학교가 멀다고 돈 더 달라는 이야기만 하네요. 잘 가르치면 제 돈이라도 빼 줄 텐데. 작년 아이들과 축제에 참여해 성과를 거뒀으니 예산이 많다고 생각하나 봐요. 더 줄었는데.”


나의 표정 때문이었을까?


“그럼 몇 달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김 선생님이 날 바라보았다.     


김 선생님, 그녀와 나의 관계는 복잡할 것 없지만, 듣는 사람들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그러니까, 그녀의 남편과 내 동생 두부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한다. 딩동댕 김 선생님의 남편은 ‘상무님’. 동생 회사 보스다.      


우연한 기회에 상무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게 되었고, 사모님이 같이 왔다.

처음 인상은 나이에 비해 수줍음이 많은 아주머니.

두부의 말처럼 ‘남편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천생 여자’였다.

그러나 내가 본 그녀는 수더분하지만, 긍정적이며 적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정말 반가웠다고 해야 할까.


사모님도 저희가 마음에 들었는지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해 주셔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 후, 우리는 종종 만나 밥을 같이 먹는 재미있는 사이가 되어갔다.   


인연은 이렇게 이루어지나?


김 선생님은 일 년을 저와 아이들을 가르쳤다.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이내 아이들을 좋아했고, 요리 수업을 기다리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제 생각처럼, 아이들을 다그치기보다 안쓰러워하고, 기다려주고, 상냥한 선생님이었다.

제 눈이 틀리지 않았던 거다.    

 

김 선생님에게 전화가 다.

“선생님 오늘 저녁 어디로 가요?”

“삼치회 먹으러 갈 거예요. 두부가 집으로 넘어오는 길에 모시러 갈 겁니다.”     


삼치는 고등어, 꽁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이라 부른다. 이놈 삼치는 고등어와 꽁치, 전갱이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잡아먹고 다. 그러니 다른 등 푸른 생선에 비해 DHA가 풍부해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 같은 뇌에 많은 영양을 주는 성분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10월경 살이 오르기 시작해 추운 겨우내 맛을 잃지 않는다.  

    

보통 삼치는 석쇠에,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운 구이와 무, 호박, 감자, 배추 등을 넣어 조림으로 많이 먹는 생선이다.

때로는 탕으로 먹는 곳도 있으며 튀김 요리로도 먹는 흔하게 밥상 위에 올라오는 반찬 중 하나다.


평소엔 휘황찬란한 주요리로 자리를 잡지는 못하만, 겨울이 되면 식탁 정중앙을 차지하는 소박하지만 화려한 자태를 나타낸다.


바로 ‘삼치회’입니다.     


남쪽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삼치회’ 맛을 알고부터는 따뜻한 날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차가운 겨울을 기다리게 다.     

 

그리고 오늘, 김 선생님을 모시고 ‘이학식당’에 다.

부모님에서 아들로 이어진 식당으로 생선구이로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겨울엔 ‘삼치회’를 판매한다.

삼치처럼 소박하고 깔끔하며 정갈한 전라도 반찬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기분 좋은 인연들이 만나 저녁 식사를 한다.     

화려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기다려지는데.     


겨울이 가고 내년 봄이 오면, 김 선생님과 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러 가고 싶.

    

오른쪽 뒷모습 '김 선생님'

https://brunch.co.kr/brunchbook/sancheon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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