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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Jan 26. 2024

짜장면 좋아하는 분은 손

해남 '매화정'

그릇을 들고 엄청난 양의 짜장면 가닥을 젓가락이 부러질 듯 들어 올려 호로로록 쓰으으으읍. 양볼은 터질듯하고 입가에 묻은 짜장 소스를 혓바닥으로 훔치듯 닦아내며 다시 한 젓가락을 들고 있다.

     

“짜장면 맛있겠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언니, 영화에서 짜장면 먹는 장면 많이 나와?” 옆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던 동생 두부가 말을 받는다.

“어떻게 알았어.”

난 동생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나도 아까 유튜브에 나온 짜장면 보고 먹고 싶었거든”이라며 한숨을 푹 다.

하필 저녁밥을 조금밖에 못 먹은 날이면 유독 짜장면이나 후라이드 치킨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가 걸린다.     


이상하리만치 특히 형사가 나오거나 등치가 건장한 형님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소울 푸드처럼 자주 나오는 음식 중 하나라는 것에 궁금증이 생긴 적이 있었다.     


강력계 형사가 직업인 친구와 밥을 먹다 불현듯 떠오른 형사 or 형님 + 짜장면. 그래서 물어봤다.

“형사들이 짜장면을 좋아해?

“뭔 소리여~”

“아니, 드라마나 영화 보면 형사나 덩치 좋은 형님들은 주로 짜장면 먹더라.”

“얘가 뭐라는겨. 족발, 치킨도 시켜 먹어. 걍 처음 배달해 먹던 게 짜장이라 그런 거 아녀. 아니면 제일 빨리 오니까!”

“그럼 형사나 형님들의 소울푸드는 아닌 거구나.”

“나도 갈비 좋아햐. 조폭은 모르것네.”

어허~ 형님이 짜장면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려면 덩치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건가?     


하긴 바쁜 시간 설정샷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 딸려오는 단무지와 사각형 양파면 빠르게 후루룩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엔 뛰어나가기 안성맞춤인 음식이지.


어찌 되었든 갈비찜이나 삼겹살, 낙지전골, 닭볶음, 갈비탕, 12첩 상, 어떤 화려한 음식이 화면에 나오면 ‘맛있겠다.’ 정도인데 짜장면은 참을 수 없이 먹고 싶다는 것.     


이럴 때 전화하면 바로 배달해 주는 중국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바다에 배를 타고, 높은 산에 등반을 해서라도 온다는 중국집 배달부가  우리 집엔 오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곳엔 짜장면 배달이 되지 않아 주문하고 찾으러 가거나 직접 가서 먹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9시,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중식당은 물론이거니와 읍에 있는 짜장면집도 문을 닫는다.


“혹시 집에 짜파게티 있냐?”

“없어.”

“이럴 땐 짜파게티도 없네. 내일 먹으러 갈까?”

“그럴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좋아하는 옛날 짜장면을 팔던 중국집이 집안 사정으로 문을 닫았다.

그 후로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원하는 짜장면을 찾아 나섰지만, 해남읍 안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수소문하여 가까운 도시로 원정을 떠났고 심지어 동생의 고향인 서울에서, 나의 고향인 대전에서 짜장면을 먹고 왔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중국에서 들어온 춘장으로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자작한 국물 요리에 맞춰 만들어진 ‘짜장면이 뭐라고?’라는 생각을 수도 있지만, ‘짜장면 어때?’라고 물어봤을 때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라는 것과 같은 이유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쉬는 동생을 데리고 짜장면을 먹겠다고 1시간 30분 이상을 걸려 도시로 가는 것. 

굳이 큰 도시에 가서 겨우 짜장면을 먹고 오는 피곤함. 

‘우리 꼭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할까?’라는 한숨 섞인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집과 가까운 중국집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낙지와 전복이 들어가 칼칼한 짬뽕이 맛있었던 가게가 문을 닫고 면사무소 근처에 있던 이상한 중국요리를 파는 곳마저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우리는 짜장면을 먹을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걸어서 15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인천에서 중국집 했었다는 분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스승까지 모시고 와 ‘매화정’이라는 중국집을 열었다.

동생과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을 잡고 달려갔다.

맛있었다.

채 썬 오이가, 완두콩이, 계란프라이나 조그만 메추리 알도 올라가지  않은 멋대가리 없는 까만 짜장면.

그러나 들어가는 채소는 웍질을 잘했는지 살아있고 고기는 적당히 익혀 질기지 않은 우리가 원하던 맛이 한 그릇에 담겨 나왔다.


시간이 많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매화정’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집이 되었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탕수육이 맛있는 집으로 소문나있었다.  

   

그런데 손님이 많은 탓이었을까? 맛이 변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포장해 온 음식은 남기기 일쑤였고, 그나마 데워 먹을 수 있는 탕수육도 딱딱해져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매화정’엔 가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도시로 원정을 떠났었다.     


드라마에서 먹고 있는  짜장면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주말이면 찾아오는 손님들로 짜장면을 사 먹으러 떠날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화정’을 찾았다.

“짜장 2개 하고 탕수육 소로 주세요.”

별 기대 없이 짜장을 비볐다

“오늘은 주방장님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지 맛이 좋네. 간도 알맞고 탕수육도 잘 튀겨졌는데.”

우린 짜장 한 그릇씩 싹싹 비우고 만족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언니 주말에 ‘매화정’에서 약속 있는 거 알지?”며 동생이 심드렁하게 말한다.

“누구랑?”

“내가 말 안 했어. 그 전기 아저씨.”

“왜? 말 안 했는데. 꼭 가야 해?”라고 얘기했던 나.     


며칠 전 형사가 나오고 덩치 큰 형님들을 화면에서 보지만 않았어도 안 갔을 것인데, 나는 길고 긴 줄을 기다렸고 겨우 자리에 앉아 짜장면을 시켰다.

생각 없이 비비고 비벼 한 젓가락 입에 물었다.

동생과 나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마주 보고 “오오. 맛있어.”라며 한 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그날 저녁 무렵 집에 싸 온 탕수육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탕수육 소스 통을 열어 소스를 듬뿍 찍어 다시 입에 넣었다.

“두부야, 이제 우리 먼 길 떠나지 않아도 되겠다. 탕수육이랑 소스가 식었는데도 맛있어.”

“진짜?”

“우와~ 이제 ‘매화정’에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겠네”

우린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가며 남은 탕수육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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