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임 Feb 02. 2024

치킨 브랜드 다 못 먹어봤지만, 우린 요거

해남 충만치킨

모든 사람의 입맛은 똑같을 수 없다.

유명하지 않아도 내 입맛에 맞으면 맛집이다.     


동생 두부와 나는 닭요리를 좋아한다. 음...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한다.   

  

내가 귀촌하기 전, 두부 집에 해남에 놀러 왔을 때 그녀가 맛있는 옛날 통닭이야기를 했었다.

그 집이 ‘가정통닭’이다.  읍에 있는 매일 시장 좁은 골목을 지나 안쪽에 전문 닭집이 앞뒤 좌우에 모여있는 집 가운데 있었다.

“튀겨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주인 어르신이 생글생글 웃으며 닭장으로 다가가 닭장을 열고 한 손으로 닭을 잡아 꺼내 씨익 입꼬리가 올라가게 웃으며 우릴 바라봤다.

허걱! 하고 내 커다란 눈은 더 커다랗게 떠지며 깜박이지 못하고 동공은 닭과 주인 어르신을 번갈아 가며 움직였다.

 

“다 튀겨질 때까지 얼마나 걸려요?”

칼을 들고 어쩔 줄 몰라 도망가려 몸을 약간 비틀고 고개만 돌린 우리에게 “한 20분. 안 무서. 금방 죽제.”라며 주인 어르신은 닭을 커다란 도마로 옮겨가려 몸을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칼을 내려칠 것 같아 몸이 놀랐는지 뒤로 젖혀지며 팔이 얼굴 쪽으로 올라왔다.

“20분 있다가 올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줄행랑을 쳤다.


20분 후, 조각조각 난 닭은 튀김 냄비 안에서 뽀글뽀글 톡톡 거품을 일으키며 튀겨지고 있었다.

아까 내가 한 행동이 부끄러울 정도로 기가 막힌 냄새가 콧구멍을 가득 메웠다. 고구마튀김 냄새와 닭튀김 냄새가 섞여 입안에 침이 고이다 못해 손으로 입을 슬쩍 모르게 훔쳤다.

유산지가 깔린 종이상자에 곱게 담긴 닭튀김을 두 손에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자를 가위로 잘라 넓게 펼쳐지자 닭튀김이 짠하고 쏟아졌다.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베어 물었다. 바삭바삭 바사삭 씹히던 튀김옷과 닭 껍질 안에 촉촉한 육즙을 머금은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오오. 맛있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뭐랬어. 맛있지!”라며 두부가 생글생글 웃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하지만 언제 다 먹어? 문제는 양이었다.

대여섯은 모여 앉아 먹어도 되는 크기의 닭이었다. 거기다 듬성듬성 썰어 넣은 고구마까지 양이 어마어마했다.

하루만 먹으면 맛있었을 것인데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 날도 먹고도 남아있던 것이었다.     


귀촌하고 새롭게 사귄 친구 집이나 학생 집에 초대받아 방문하면 이 ‘시장 옛날 통닭’을 시켜줄 만큼 해남에선 맛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틀 이상 먹어야 하는 ‘시장 옛날 통닭’을 안 먹자니 서운하고 먹자니 걱정되는 음식이 되었다.   

'시장 옛날 통닭'은 손님이 왔을 때 주문하는 것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자고로 치킨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먹어야 한다고 결론지은 우리에 맞는 치킨을 찾아 투어를 떠났다


족히 500개에 다다르는 크고 작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KFC 같은 패스트푸드 그리고 대형마트 또는 ‘시장 옛날 통닭’처럼 개인 매장에서 파는 프라이드치킨을 먹어봐야 한다는 건데.

‘이 많은 치킨을 언제 다 먹어보지?’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은 도시가 아닌 시골이다. ‘이 조그만 데서 얼마나 많은 닭집이 있겠어!’ 하며 까짓거 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고민하며 주문을 해보았다.     


2019년 브랜드평판이 높았던 교촌 (한국기업평가연구소. 브랜드평가지수. 2019)을 시작으로 맘스터치, BHC, 멕시칸, 푸라닭, 네네치킨, 굽네, BBQ, 호식이두마리치킨, 피자나라치킨공주, 땡큐맘치킨, 또래오래, 오븐마루, 후다닭, 깻잎통닭, 노랑치킨, 처갓집, 60계 치킨, 옛날통닭, 자담치킨 또 뭐가 있지?


기본이 되는 프라이드와 양념 그리고 오븐구이.


한동안 유행하던 치즈 가루가 눈처럼 뿌려있던 치킨을 한입 베어 먹고 양치질을 연신해 댔었고.


자메이카처럼 맵기는 아니지만, 맵찔이인 우리가 중간 맛을 시켜보다 결국 순한 맛으로 결정하고.


바사삭한 고추가 들어있다 해서 광고 보고시켰다가, 고추가 바사삭하지 않아 실망도 해보고.


파가 들어있는 닭도 먹어보고.


반죽에 깻잎이 들어간 치킨도 먹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셀 수없는 닭을, 하여튼 입에서 닭똥 냄새가 날 정도로 먹어댔다.

내가 평생 먹어본 튀기고 굽고 끓여낸 닭만큼은 아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물리게 먹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닭요리와 달걀을 좋아하니까.


임신하기 전까지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던 난 고기라고 하면 닭을 떠올렸었다.     

입맛이 똑같은 엄마 따라 나보다 먼저 태어난 1960년생 영양통닭을 육고기를 좋아하는 아버지 차를 타고 번화가에서 꼬치에 줄줄이 꿰져 돌아가는 전기구이와 닭백숙을 먹기 시작했었다.

동네 닭집에서 튀겨 봉투에 싸주던 튀김통닭이 아닌 1981년 페리카나라는 프라이드와 양념 닭을 포장해 배달해 주던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신세계가 열렸다.

매콤한 양념이 묻혀있고 직접 사러 가지 않고 집에서 받아먹었다는 거다.


그러더니 멕시칸, 멕시카나, 처갓집이 생겨났고, 1990년대 교촌을 시작으로 동키치킨, 지코바, BHC를 비롯해 이제는 처음 들어보는 프랜차이즈 치킨 판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골라 먹는 재미가 생긴 것이 이상으로 배달 어플에서 골라 시키는 재미가 생겨났다.     


그렇게 먹어댔는데도 자꾸 먹고 싶은 치킨이 없었다.

맛있다고 소문난 치킨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누가 어떻게 요리해서 만들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닭의 보관상태, 손질하는 법, 양념이나 염지 정도, 반죽, 튀김온도, 튀기는 시간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맛있어진다는 것.     


재작년, 오가던 길에 ‘충만치킨’이 생겼다.

‘띠꾸닭’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아~ 초벌은 뛰기고 숯불에 구워, 띠꾸.’

‘궁금하면 먹어봐야지.’라는 의견이 두부와 합쳐지며 가게 한자리에 앉아 주문했다.

프라이드와 양년을 시키고 기다렸다. 그리고 먹었다.

‘바삭바삭 바사삭’ 짜지도 않고 바삭하고 느끼하지 않아 맛있었다.

“오홍~ 괜찮은데.”라고 하니 두부가 “오늘부터 이거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즐겨 찾기 시작할 때쯤 맛이 변했다. 비린 맛이 나고, 짜고, 바삭하지 않았다.

역시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는 건가요? 라며 실망했는데, 주인이 바뀌었단다.    

 

그러다 새로운 사장님이 이젠 실력이 좀 늘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한 생각으로 “우리 한 번 더 먹어볼까?”라며 ‘충만치킨’으로 달려갔다.

프라이드치킨 위에 얇게 썰어 매운맛을 뺀 양파와 충만 비법 소스를 올린 ‘스노우어니언’과 ‘순한 양념’ 반반을 주문했다.

“오오. 다시 맛있어졌어. 주인이 또 바뀌었나? 아니면 실력이 좋아진 거야?”


가끔은 반반을 포장 주문했는데 후라이드만 오는 때도 있고, 매운맛을 빼지 않은 갓 썰어 놓은 양파가 오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다.      

이제 자리를 음식 맛을 잡아가는 사장님이 바뀌지 않았으면 바람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스노우어니언과 순한 양념 반반을 가지러 ‘충만치킨’ 갑니다.     


“두부야, 가자.”



_광고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해 마시길. 내 입에 맞아야 맛집이지요._

이전 11화 짜장면 좋아하는 분은 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