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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Aug 19. 2023

비밀 레시피의 비밀. #10

글쓰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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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람들은 ‘특별한 레시피’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합니다. 요리사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 레시피라는 것이 특별해지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요리사인 저도 궁금합니다.

그중 가장 공신력을 갖게 되는 계기가 대중 매체와 SNS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레시피는 도대체 어디에 필요할까요?     


저도 한때, 공신력 있게 유명하고  맛 좋은 요리방법이 적힌 레시피를 찾으려 무단히 노력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야 이 험한 요리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은사님들은 ‘기지도 못하는 것이, 뛰려고 한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르치는 학생이 유튜브나 쿡방에 나오는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 ‘지금 하고 있는 요리 잘하면 나중에 알려줄게.’라고 타이릅니다,     

 

제 학생의 꿈은 요리사입니다. 그런데 쉽고 간단하게 맛있는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하기에 ‘네가 요리고를 나와, 조리 과를 졸업하고, 요식업이라는 필드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배우고 나면, 멋진 요리를 할 수 있다.’라고 얘기했더니 ‘빨리 배울 수는 없어요?’라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선생님이 가르쳐준 요리 중 하나 골라 재료와 순서를 칠판에 써보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썼을까요? 쓰다 말고 짜증을 내더군요. 그렇다면 제가 학생의 기를 죽인 건가요?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예전과 비교해, 지금 어린 요리사들이 기본보다는 특별한 요리를 배우기를 원하는 이유가 ‘튀고 싶어서.’이더군요. 여러 인터넷사이트, 다음·네이버·구글·유튜브 등 그리고 쿡방에 이제는 글을 쓰는 브런치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요리를 서로 앞다투어 올리는 걸 보면, 요리가 잘 나가는 아이템 중 하나인가 봅니다. SNS에 ‘특별한 레시피’로 요리한 음식이 대박 나면, 인생이 펴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159만 명을 가진 요리사가 한 개의 요리 비법 전수로 750만 회를 넘겼으니 혹할 만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화면에 담기지 못한 비밀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셰프는 아침이면 퀭한 눈으로 피곤함에 절어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도 할 것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식당은 점심과 저녁 식사를 판매합니다. 그러면 아침 09시경 출근하고 빠르면 저녁 10시경 퇴근합니다. 자유시간이라고는 잠자는 시간인 최소 8시간을 빼고 출퇴근 시간을 최소 30분~ 1시간이라 가정을 한다면 왕복 1~2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여유가 1~2 시간 남네요. 아침밥을 먹는다면, 음 심각한데요.

여기에다 더 불편한 말을 붙이자면, 아직 우리나라 요리사라는 직업군이 박봉이기도 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이런 상황인데도 2023년 초·중·고생 장래 희망 직업순위 중, 요리사의 순위가 초등 6위, 중등 8위, 고등 10위입니다. 전 이 상황이 아이러니합니다.    

 

그렇다면 저녁 서비스만 하는 편안해 보이는 고급 식당은 어떨까요?

가 모시던 셰프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일했던 레스토랑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었습니다. 8시에서 9시 사이에 출근하는 저보다 셰프는 항상 먼저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출근을 마친 모든 주방 식구들은 각자의 스케줄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오너 셰프라고 해서 모든 걸 저희에게 시키지 않았습니다. 저희랑 똑같이 일합니다. 오히려 저희는 담당 섹션 일만 하지만 셰프는 모든 섹션을 둘러보셨습니다.   

   

저녁 식사만 서비스한다고 여느 레스토랑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재료가 아침 일찍 도착하고 공산품 없이 천연 상태의 재료를 다듬어 요리를 시작합니다. 직원들이 먹는 토마토소스를 만드는데, 하루가 걸리기도 합니다. 모든 레스토랑 식구들이 같이 점심을 먹고 2시간 정도의 중간 브레이크에도 셰프는 통유리로 돼 있는 사무실에 앉아 책을 보고, 종이에 무언가를 긁적거리며 글을 쓰는 걸 자주 보았습니다.

     

저녁 서비스를 준비하기 전, 모든 식구들이 같이 밥을 먹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정신없던 서비스를 끝내고 나면 11시에서 12시가 됐습니다. 레스토랑은 토요일 점심 서비스를 마치면 하루 반의 휴일을 맞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집이 가까이에 있었지만 저는 셰프와 그의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어, 휴일에도 셰프의 일을 종종 도와 드렸었습니다.      


그는 새로 만든 레시피에 적힌 요리를 만들어 보고,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소스를 만든다던가, 저를 옆에 앉혀놓고 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제가 알기엔 셰프는 거의 쉬는 날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항상 평정심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별도 달았구나,라고 제 인정욕구가 올라오게 만들고, 인격적으로도 품위가 있던 분이었습니다.     


레스토랑은 이태리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 여러 유럽국가 손님들이 자주 오셨습니다. 그 손님들은 식사 후, 꼭! 주방에 들러 어린 요리사들을 격려하고, 손 키스나 한쪽 무릎을 꿇는 등의 표현으로 셰프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가슴은 뭉클했습니다. 더군다나 저희는 셰프 덕에 팁도 두둑이 받아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그런 찬사에 동요하거나 자만하지 않았습니다. 더더욱 노력했던 분이었습니다. 저는 셰프가 너무 멋져 보였고 그런 셰프가 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프라이드를 갖는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레시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심지어 ‘셰프님은 아는 요리가 많으니 하나 정도는 줘도 되지 않아요.’라던가 ‘그냥 가르쳐 줘도 될걸,’이라는 말도 들어봤었습니다. 그런데 그 레시피를 드리면 잘해 드실 수 있을까요? 레시피라는 것이, 참 요상한 물건입니다.

가끔 제 레시피를 받아 간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합니다. ‘레시피 대로 요리했는데 맛이 나지 않습니다. 뭔가 빠지지 않았을까요?’ 그럼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레시피를 다른 분들에게 드리기 힘들었습니다. 비밀 레시피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레시피를 제작할 때는 기본적으로 제철에 자란 질 좋은 재료를 구매해 요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이 안 맞는 재료로 요리할 때는 테크닉을 달리한다던가, 다른 재료를 첨가해서 같은 맛을 내는 예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리사는 다양한 조리 테크닉을 단련하거나, 재료의 특성을 공부하고 익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천부적인 요리 감각을 타고났더라도 노력 없이는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기본이 튼튼한 사람은 설령 레시피대로 만든 요리가 맛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화시켜 비슷한 맛이 아닌 더 다채로운 요리로 승화시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참 닮고 싶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도 학생들이 요리를 사랑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쳐야겠습니다.


지금까지도 요리 공부를 하는 저의 부족한 생각을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저도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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