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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Aug 18. 2023

이렇게 간단하게 만든, 만두 보셨나요?#9

글쓰기 연습

만두, 만두

정말 많이 만들어 본 만두.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고 몇 개씩 꺼내 손님 접대용 전골이나 국을 끓이고, 밥 하기 귀찮은 점심으로 때우기 간편한 만두.

보통 만두는 냉장고나 냉동실에 쌓여있는 재료를 모두 모아 처리하거나, 먹다가 또 먹다 지친 재료들 아니면 너무 싸게 나온 음식 재료가 보였을 때 만들어 두면 좋습니다.


보통 제가 만드는 만두는 채소 만두가 많은데요.

절에서 만들던 버릇 때문에 채소를 많이 사용하고 오신채를 잘 넣지 않습니다. 고기만두는 별개이지만요.

절에서 만드는 만두는 간편하죠. 단 만두피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를 더한다면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스님들이 국수, 수제비, 만두 같은 밀가루 음식이 나오는 날엔, 없던 식욕도 생긴다는 걸 아시나요? 노스님이 편찮으셔 누워 계시다가 시봉 스님이 죽을 끓여 오면 ‘됐다. 생각 없다.’ 하시고, 국수 삶아드린다는 소리엔 벌떡 일어나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방송에서도 인용하는 걸 보면, 스님들의 국수를 포함한 밀가루 사랑은 대단합니다.      


저도 한때 절에서 밀가루 음식 많이 만들었습니다.

제 나이 30대 초반에 이혼하고 몇 년 커리어를 다시 쌓고, 이태리로 유학을 떠나기 전, 새로운 출발을 위해 청화산, 깊은 산속 절에서 100일을 살았습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법당에 청기수를 떠 놓고 기도를 했었죠.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새벽 예불이 끝나면 공양간을 돕고 대 밭에서 죽순 따고, 쉬었다가, 점심 공양 준비 도와드리고, 보통은 사시예불을 들어가지만 절 행사에 따라 2시 예불에 들어갈 때도 있었습니다. 그다음엔 밭에 나가거나 요사채에서 바느질 그리고 주로 공양간 일을 도와줬답니다. 저녁 공양을 돕고 나면, 저의 마지막 예불에 들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모든 예불을 마치고 공양간에 앉아 커다란 참외 한 개, 수박 1/4통으로 수분을 보충하고, 이부자리에 누워 보지만 고단한 몸 여기저기가 쑤셔 잠이 오지 않던 날이 많았었죠.


지인들이 하루에 4,500배하며 무슨 소원을 비냐고 물어보셨는데, 전 그날그날 달랐던 것 같아요. 누군가 생일이라 하면 생일을 축원해 주고 아프다고 하면 아프지 말라고 기도하지만, 평소엔 무사 무탈하기만 바랄 뿐이었죠. 하긴 그 많은 절을 하느라 소원 빌 정신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절에서 회향하고 나올 땐 450,000배를 채우고 나왔으니까요.

    

또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네요.

아무튼 절에서 지내면서 수많은 만두를 빚었네요. 버섯, 가지, 무, 호박, 당근, 오이 등 채소를 넣은 만두, 딸 시기를 놓쳐 세진 죽순, 엄나무 순, 가죽나무순 등을 푹 삶아 만든 만두, 단백질이 필요한 스님들을 위해 두부를 넣은 만두. 호박잎, 깻잎, 머위 잎으로 만두피 삼아 당면을 넣어 만든 만두, 넓적하게 밀어 주전자 뚜껑으로 만든 만두피, 네모난 만두피, 하늘하늘 종이짝보다 얇은 만두피, 전분이나 밀가루에 뭉친 소를 여러 번 굴려 만든 만두. 채소만 들어갔는데도 만두 종류가 많네요.


만두를 만드는 날이면, 본사 학인 스님들도 오실 때가 많았어요. 이런 날은 양을 늘리기 위해 양배추나 배추를 사용합니다. 냉동실에 보관해 둔 두부 전과 나물들을 꺼내 놓습니다. -여담이지만, 절에선 제를 많이 지내기 때문에 전이나 간이 안 된 나물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남은 제사 음식들을 찌개에도 넣지만, 냉동을 시켰다가 만두소를 만들 때 사용하지요.-


호박과 무, 양배추는 잘게 썰어 소금에 절여 수분을 빼 줍니다. 다른 재료들도 최대한 수분을 제거해 줍니다. 모든 채소와 두부를 섞어 소를 만들 때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오신채 이야기도 할 말이 많지만 각설하고)-는 절대 넣지 않습니다. 대신 향기로운 맛을 더하기 위해 생강즙을 아주 아주 조금 넣어줍니다.


만두피를 만들 땐 밀가루에 전분을 어 반죽합니다. 때로는 색이나 건강을 위해 치자, 강황, 당근, 호박 등을 절이거나 우린 물을 사용하지요. 평소엔 이삼십 명 먹을 양을 하지만, 학인 스님들이 오신 날은 사오십 명이 넘는 인원의 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지막지한 양의 반죽이 필요하겠죠. 처음엔 손으로 반죽해 나중엔 발로 밟아 주어야 합니다.


이 많은 걸 저 혼자 하진 않습니다. 당연히 학인 스님들과 요리 강습 겸, 같이 합니다. 학인 스님들이 어리지만, 스님이라 잘할 것 같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애는 얩니다. 일반 학생들과 비슷해요. 말 안 들을 땐 그냥 으름장 한번 내주면 됩니다. 조용히 목소리를 내리 깔고 ‘스님 만두에 관심이 없으시면, 큰 스님께 얘기해 본사로 보내드리지요.’ 그럼 조용해집니다. 이 스님들도 공부하고 나이 들어 큰 스님이 되었겠죠. 학인 스님들에게 밀대 하나씩 쥐여주며 종이장보다 얇게, 투명할 정도로 밀라고 가르치고, 한쪽은 소를 넣어 꾹꾹 눌러주면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은 만두가 완성됐습니다.

드실 땐 얼마나 조용한지 아십니까!


지금도 그 절에 가면 큰 스님이 제 손을 잡고 “하루 자고, 만두 만들어 먹고 갈래?”라고 물어보십니다.

   

이젠 저도 하산을 하였으니 채소 만두가 아닌 소고기, 닭고기, 흰 살 생선을 만두피로 삼고 육고기, 생선을 소로 사용하는 만두도 만들지요.


그러나 오늘은 호박이 풍년인 관계로 호박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텃밭에서 따온 동글동글 예쁘게 생긴 조선호박을 채를 썰어 커다란 볼에 담습니다. 집에 느타리버섯이 있어, 호박양의 1/5 정도를 잘게 다져 호박이 든 볼에 담아 놓고요. 소금을 살살 뿌려 절입니다. 절인 호박과 느타리버섯을 면 보자기에 쌓아 꼭 짜줍니다. 호박 한 가닥을 먹어보고 간이 맞는다 싶으면 그냥 만드시면 됩니다. 간이 좀 부족하다면 소금과 후추를 첨가하세요. 그리고 생강즙 한 방울 떨어뜨려 살살 섞어 맛을 보세요. 참 쉽지요.


만두 피는 시판 용, 생 만두피를 사 왔습니다. 제가 작업실로 밀대 가지러 가기 귀찮아 게으름을 피웠네요.

이젠 만두를 예쁘게 만들어 봅니다. 만두 피에 절인 호박과 버섯으로 만든 소를 넣고 만두 가장자리에 전분이 살짝 들어간 물을 발라서 접어 반달 모양을 만들어 줍니다.  반달 모먕이 재미없다면 사이사이 접어 포인트도 주고 동그랗게도 해줍니다.


그러는 사이 냄비에 물을 붓고 잘 구워 말린 멸치와 깨끗이 닦은 다시마 그리고 통후추, 마늘, 양파, 대파 잎을 넣어 멸치 육수를 내어주고, 한쪽 냄비엔 채반을 받쳐 물을 끓여줍니다.


오늘은 만둣국을 내 동생 두부를 위해 준비하고, 찐만두는 내일 제 점심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젠 두부만 오면 되겠네요.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만두 이야기로 엄청나게 많은 글을 쓸 수 있겠는데요.  

   

이번엔 두부가 아닌 만두 이야기를 써볼까요?


https://brunch.co.kr/@ginayjchan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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