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 페터 회

by 이진희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Miss Smilla's Feeling for Snow)>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덴마크 작가 페터 회의 2014년 신작소설. 수잔과 그녀의 가족은 인도여행에서 곤란을 겪는다. 정부는 그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가족들에게 임무를 제시하고, 가족들은 평범하고 안온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미션을 해결하고자한다. 사건의 중심에는 <미래위원회>라는 묘령의 단체가 있는데 파고들수록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점점 더 깊고 오묘한 잔상을 남긴다.


작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순간순간을 잘 포착한 약간 수다스러운 문체로 써 나갔다. 의혹과 죽음에 이 가족들의 히어로적 능력(그 능력의 명칭이 '수잔 이펙트')까지 버무려져서 별 생각없이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대중적인, 말하자면 추리소설이지만 읽고 나면 철학적인 고민이 마음에 남는다. 인간에 대한 애정, 가족과 일상에 대한 사랑, 과학의 힘으로 더 심해지는 양극화에 대한 문제제기 등은 결코 가볍지 않다.


페터 회는 남성과 여성, 아이와 어른,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다양한 감정을 넘나든다. 내가 읽어 온,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은 문체가 섬세하거나 감성적이었다. 내용도 사회적 억압에 대한 분노와 설움, 외로움 혹은 자아발견을 다룬다.


하지만 그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시크하기 짝이 없다. 자격지심이나 욕구불만 따위도 없다.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하고 거침이 없으며, 뒤돌아보지 않는다. 특히 수잔은 '상대방이 솔직하게 말하게 하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설정 때문에 내용이 더욱 통쾌하고 재밌어졌다. 분량은 꽤 되지만 기꺼이 읽어볼만한 재밌는 소설이다.


수잔의 가족들이 미래위원회의 위원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는 장면에서 이번 주 파업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적폐이사 타격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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