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는 사람

by 광규김

그대 참 사람 같다. 한 곳에 모여있다가 하나로 모여있다가 떨어져나온 너가 참 사람 같다. 그렇게 떨어져 나와서. 그렇게 쪼개져 나와서 언젠가 사라질 때 까지 그대는 평생을 서성거릴테지.


그대는 목적지 없는 유람선 처럼, 사실은 텅빈 유랑 악단 처럼.


외롭지만 언젠가 다시 하나가 되겠지 하면서… 그대는 녹아 내리겠지. 그래도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을거야. 얼음인 그대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끝을 맞이해서 마침내 그대도 바다가 되어버려야만 먼저간 이들과 너는 하나가 된다는 것을 그대는 모를거야. 그때가 되면 아무도 그대가 얼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지 않겠지.


언젠가 다시 그대를 봤을 때 수면 아래 감춰진 진정한 너를 누군가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너는 소리 없이 바다가 되겠지. 결국 바다가 될테지.


차가운 너는 언젠가 들어본적 있는 따뜻한 적도의 바다를 유랑할거야. 그동안 만나본적 없는 열대어 친구들과 함께. 너는 손을 흔드는 산호초들과 인사하며 너의 길을 재촉해 떠나겠지.


어디론가 향할까. 손발이 깨질 듯 추운 그곳에서 마추친 바람들을 다시 만날 때. 그대는 얼마나 기뻐할까. 그대를 기억해줄 누군가를 만나서. 너는 바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했겠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는 그대가 잘했다고 말할거야. 참 잘했다고 말할거야. 잘 깨어졌다고… 잘 쪼개어졌다고…. 품을 수 없었던 생명들을 품고서. 만날 수 없었던 나그네와 잔을 기울이면서. 다녀왔던 여정은 어느새 너를 설명하고 너를 이루는 가득찬 이름이 될거야.


그대를 다시 만났을 때 말이야. 그때가 된다면. 그때가 온다면. 나는 그대가 내게로 찾아와 바람 처럼 산호초 처럼. 손을 흔들며, 얼싸 안으며 내게로 와줬으면 좋겠어. 잠시 머물다가 다시 떠날 발걸음이지만, 그동안 그대 참 행복했노라고 내게로 와 한 껏 자랑해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언제나 이곳을 지켜왔던 나는 새침한 입술을 삐죽 내밀며 그대를 질투할거야. 그대를 질투하기보단 그대와 함께 여행한 계절들을 마음껏 질투할거야.


사람 같던 너는 바다가 되고 나서야 사람 처럼 될거야. 그대는 내게 사람이 될거야.

상기된 표정. 불규칙한 호흡. 커진 눈동자와 요란한 손짓.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당신의 친구들을 내게 소개하며 신이난 너의 입술에 나도 모르게 입을 맞춰도 아직도 들썩 거리는 당신의 입술을 느끼면 나는 참 행복하겠지. 끝나지 않을 여행담을 들으면서. 다음에는 나도 쪼개지고 떨어져 나가겠노라고. 나도 바다가 되어 사랑하겠노라고.


그때가 온다면 나도 그대와 하나가 되겠지. 따뜻한 바람을 타고서 차가운 얼음 조각들의 입을 맞추러 떠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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