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인 이별은 언젠가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미련을 두고서 그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을때가 있지만 지금은 새로이 발걸음을 옮겨야할 때인지도 모른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나는 계속 가야했다. 지금도 이렇게 5년 동안 함께해온 공동체와 보금자리를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옮겨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참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내가 스스로 그만두지 않기위해, 떠나가지 않기 위해 내가 있는 자리를 굳게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세월이 가져오는 풍파 앞에서 그것은 부질없는 것이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깎여나갔다.
그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내 모습과 자리는 더욱 아름다운 조각상 처럼 빛나고 있었다. 서서히 내가 설 자리를 줄여가는 공동체라야 더욱 건강하고 자생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나 또한 한 사람의 사역자로서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떠남이 비로소 아름다운 것임을 사랑을 하면서 깨달았다. 남겨질 이들을 위해 사랑을 본보이는 것이 나의 소명임을 부족한 마음으로 아껴주며 알게되었다. 미처 다 주지 못한 내 마음이 미련으로 남아 저들을 향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이별은 더욱 숨가프게 다가왔다.
먼 옛날 제자들을 향해 서로 사랑하라 말하신 한 선생이 있었듯이 나역시 떠나는 마지막 만남에서 해줄 말은 이제 남아있는 너희가 서로 아끼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짧은 덕담뿐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필요한건 남겨진 이들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것이 있다면 내가 있었던 이유를 말할 수 있겠고, 그렇게 되어야 나 역시 또 다른 보람을 느끼며 미련 없이 떠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솔직히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사역은 이별에 익숙해지기 앞서 그것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일이라 생각하며 그들을 떠올린다. 마음 깊이 품는다.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