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생겼어도 네가 날 사랑했을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가 말했다. 나는 답답한 것을 애써 참으며 잠자코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침묵이 마치 나의 동의인 듯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네 사랑은 진실이 아니야.”
그 말에 화가 났다. 내 감정이 정면으로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격양된 채 말을 이었다.
“사랑이란 건 전부 거짓이야. 그런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여기. 바로 여기 있잖아.’ 나는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눌러 담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표정으로 내 감정을 읽은 듯 잠시 주춤하는 것 같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입을 열었다.
“설령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는 널 사랑해”
“… 고마워”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는 내게 대답했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고통이 차오를 뿐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안다. 지금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자존감이 몹시 낮아져 있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그것을 부정하려 할 것이 뻔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설령 그녀의 외모가 지금 같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지금과는 달랐더라도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만난 적도 없었고 나는 그녀의 외모를 제대로 알기도 전부터 그녀에 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성격 그리고 인격이 마음에 들었다. 대화를 하며 느껴지는 그녀의 분위기와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에 점점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외모 때문에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심지어 우리는 이전까지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손 한번 잡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어쭙잖은 성욕 때문에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했다.
우리 사이에는 침묵만이 있었다. 서로는 잠시 할 말을 잃었고 그저 불편한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것이 현실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성적 욕망을 넘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성욕은 부산적인 것이었으며, 나는 성욕을 풀기 위해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이기 때문에 성적인 것을 서로 공유하고 싶었다.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머릿속에서는 한참 그런 적나라한 고민을 하는 동안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배고파. 그리고 목말라”
그녀가 기분이 나쁜 이유를 드디어 찾은 것 같았다. 이를 인정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우리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같이 뭐라도 먹으러 갈까?”
작은 동물처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토라진 아이를 달래듯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사랑이란 이렇듯 번잡하고 거창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저 끌리며 그저 함께하고 싶고 그저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