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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축복 Oct 22. 2023

아빠의 생일

 

지난 추석 즈음 봄이가 3일 동안이나 열이 39.5도까지 올라갔다. 열이 많이 오르자 봄이도 겁이 났는지 울면서 물었다.


“엄만 계절 중에 어떤 계절이 제일 좋아?? ”


“엄만 봄이가 태어난 봄이 제일 좋지~~! ”


“나도 봄이 좋아... 근데 가을은 싫어... 아빠생일도 있고, 아빠가 죽은 날이 돌아오니까 싫어.. “


며칠후면 봄이 아빠의 생일.. 그리고 한 달 뒤 기일... 그리고 긴 겨울,,, 봄이 아빠가 떠나고 나서 가을 겨울이 참 길게 느껴진다. 이제 4년이 다가오는데도 아직도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면 ”아이아빠는요? 남편은요? “ 물어볼까 봐 가슴이 두근거려 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게 된다.


봄이가 아빠 생일날짜를 기억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1년 전 이맘때쯤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봄이랑 나는 잠자리에 들 때면 침대에 누워 봄이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날은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우는 봄이를 안고 서로 울다 잠들었다. 봄이 앞에서 늘 당당하고 씩씩한 엄마로 우는 봄이를 달래주는데 그땐 참지를 못했었다.


봄이도 자기 이름을 아빠가 지어줬다는 걸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봄에 태어나서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라 너무 좋다고 자기 생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빠는 가을에 태어났지? 하고 물었다.


시어머니댁 10월 달력에는 매년 아들의 생일날짜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그때 봄이가 무슨 날이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자신의 생일이라며 얼버무리며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6살 봄이는  다 알고 있었다.

"아빠생일인데 할머니가 내가 슬플까 봐 할머니가 거짓말한 거 다 알아.."

아빠 보고 싶다고 우는 봄이 달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달래다가 이 말에 무너졌다.


6살 아이,, 아직은 어린아이라고 생각했지만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봄이에게 말해주었다.


"아빠도 봄이 우는 거 보면 슬플 거야... 울지 마,,,"

"나중에 엄마가 늙어서 하늘나라 가서 아빠 만나면 이렇게 예쁜 봄이 놔두고 너무 일찍 떠난 거 혼내줄게. "


봄이가 우느라 선명하지 못한 말투로 말했다.


" 아니야. 아빠 만나면 안아줘.."

" 내년 7살 생일엔 아빠 생일 때 케이크사서 축하하면 안 돼?"


" 당연히 되지... 그렇게 하자."라고 달래며 재웠다.


이제 곧 며칠 후면 봄이 아빠 생일이 다가온다. 봄이가 기억 못 하고 그냥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빠를 기억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또 이 아이의 가슴속 슬픔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4년이 참 길면 길지만, 슬픔을 다 극복하기엔 짧은 시간인 것 같다. 가끔 시어머니와 통화하다가 때론 봄이 아빠이야기에,,, 때론 봄이 이야기에,,, 울기도 한다. 그래서 전화를 잘 드리지 않고, 채팅으로 봄이의 예쁜 모습 행복한 모습을 전한다. ​그런데 내 아픔을 가장 잘 공감해 주고 슬퍼해줄 사람도 어머니기에 울고 싶을 땐 어머니께 전화를 한다.

이렇게 아직도 우리 가족에겐 현재 진행형,,, 얼마 전에도 그랬다. 봄이랑 둘이서 즐겁게 저녁을 먹고 놀면서 벽에 걸어둘 액자에 대해 한창 이야기 중이었다. 예전에 있던 액자에 올해의 추억 사진들을 뽑아서 걸어두자고,,, ​


봄이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생일이었던 내게, 그때 한창 캘리그래피를 배웠던 남편이 생일 카드를 써줬다. 액자에 넣어 뒀었는데,,, 아직도 예전 액자에 있던 다른 사진들을 치우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함께 갔던 제주도에서 찍었던 사진, 임신 때 찍었던 스튜디오 사진, 봄이의 초음파 사진,,,

지금의 추억들로 채우려면 그 추억들을 꺼내야 한다. 아빠가 써줬던 캘리그래피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줬다. 아직 봄이가 태어나기 한 달 전이라 태명으로 홍삼이었던 봄이 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내용,,, ​


그리고 글씨를 읽을 줄 아니,,, 소리 내어 읽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봄이는 어릴 때 아빠를 잃는 아픔을 겪어서인지... 또래보다 감수성이 예민하다.

나도 순간 울컥했지만 참고 이야기해 줬다.

“ 그래,,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돼. 오늘은 울어,,” ​


“ 엄마가 미안해... 기분 좋게 잘 놀고 있었는데 괜히 보여줬네...” ​


사람들 앞에서는 엄마보다 당당하게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잘하고, 어떤 때는 아빠 사진이나 추억을 보고 엄마랑 즐겁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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