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블로그로 출발은 괜찮았다. 블로그 브랜딩도 괜찮았다.
순조롭게 사람을 모으고 강의를 시작했지만, 지속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강의상품은 따로 만드는 재료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소모성 상품이 아니다 보니, 한번 소모하면 끝나는 상품이었다.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 새롭게 블로그를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강의를 듣다 보니 주로 저녁시간에 강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5살 봄이는 오히려 그 시간에 혼자가 돼버렸다. 일하면서도 육아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그 반대가 되는 상황이었다. 처음 몇 번은 메뚜기처럼 친정에 갔다가 시댁에 갔다가, 동네 친구도 불러서 봄이랑 놀게 했지만 오래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이것저것 봄이를 케어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경매에까지 손을 댔다. 당연히 사람이니 돈도 많이 벌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처음에는 신께서 그동안의 고생에 보답해 주시는 걸까 생각했는데, 결국 사기를 당하고 말았고, 모아놓은 돈마저 다 날려버렸다.
더 열심히 일하고 다시 돈을 모아야 했다. 그런데, 낮시간에 일할 때 봄이를 돌 봐주시던 돌봄 선생님도 건강이 악화되셔서 봄이를 봐주실 수 없게 됐다. 하루는 어머니댁에 봄이를 맡기고 일하러 다녀왔더니, 어머니가 봄이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 아빠가 있었으면 엄마가 일할때 아빠랑 집에 있으면 되는데 아빠가 없으니 할머니댁에 맡겨진다“고 속상해했다고 했다.
친정부모님의 건강도 악화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갈 일이 부쩍 늘었다. 엄마아빠 사랑만 받으며 자라도 모자랄 시기에 , 주변이 이렇게 늘 변화가 많고 어른들의 걱정만 오고 가는 상황이다 보니 봄이도 불안해했다. 숨을 잘 못 쉬는 공황증상을 보였다. 소아과에서도 심장박동이 불규칙하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심장에 실제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심리적인 상황으로 일시적일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고 했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해야 할 역할과 일들은 많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 버거웠다. 거기다 친정엄마가 암진단을 받게 되자 내가 해야 할 역할은 훨씬 더 많아졌다. 일과 가정사이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가족을 잃게 되면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한 번 경험했었기에,,,,
최소한의 일로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일들만 하고 그 외에는 가족들에게 시간을 쏟았다.
한번은 봄이가 밤새 열이 나서 간호하고 유치원도 못가고 엄마랑 시간을 보내더니,
이런 말을 했다.
“ 아프니까 엄마가 돌봐줘서 너무 좋아”
“ 맨날 아프면 좋겠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인데,,, 아빠 없이 엄마의 사랑만으로 채워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할머니한테 양보해야 했던 봄이가 너무 안쓰러워 또 마음이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