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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살 일기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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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Aug 10. 2024

인간은 AI에 쉽게 뒤처지지는 않을 것 같다

창조물에 대한 조물주의 두려움

이세돌부터였다. 이 세계 아이돌이 아니라 바둑 기사 이세돌을 말하는 거다. 알파고에게 패배를 하는 순간부터 일반 대중에 AI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박할 것 같았던 AI 혁명은 잠잠해졌고, 사람들은 금세 이를 잊어버렸다. 7년 정도가 지나고 또다시 AI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바로 ChatGPT의 등장이다. 떠들썩하게 등장하여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 같던 ChatGPT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또다시 두려워했지만, 몇몇 분야에 큰 임팩트를 주고는 다시 잠잠해졌다.




AI 등장 이후 타격을 받은 산업은 의외로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예술 분야다. 할리우드 작가가 파업을 하고, 작곡을 하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짧은 시간에 말도 안 되는 고퀄의 그림을 그려내는 AI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산업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말은 듣기 힘들다. 요즘 보면 이공계 출신에 산업계에 종사하는 나보다 미술, 음악 하는 사람들이 훨씬 AI에 이해도가 높아 보인다. 얼마 전에 AI 관련 북토크에서 나온 질문이 "AI가 인간을 넘어섰다고 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까?"였다. 이상하다. 인간은 현재 존재하는 가장 멍청한 컴퓨터보다 계산을 못하니까 말이다. 이 질문은 아마도 "AI가 인간을 위협할 수준에 다다랐다는 조건"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나는 "사람이 시키는 걸 하지 않고, 시키지 않는 걸 할 때"라고 답했다.




아기는 놀랍다. 태어난 지 100일이 정도만 지나도 하지 말라는 짓을 한다. 심지어 몰래 한다. 손가락을 빨 때 저지를 하니 치발기를 빠는 척하면서 손가락을 빨고 있다. 지금 급속도로 발달한 AI가 아직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가끔 AI와 채팅을 하다가 인간을 없애야 한다던지, 자기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대화를 한다던지 하는 사례가 보도되면서 인간을 섬뜩하게 만들었지만, 내용을 보면 그런 식의 말을 하도록 유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이 부분에서 AI를 아득히 뛰어넘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정말 지지리도 말을 안 듣고 사고를 치고 다닐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생애는 반항의 역사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마음대로 하려 하, 그걸 또 억제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AI가 무서운 것은 아마도 지금이 특이점을 넘어가는 단계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커즈와일이 고안한 특이점 이론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금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커즈와일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는 기술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며, 어느 특이점을 지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발전한다는 특이점 이론을 내세워 기술의 발전으로 영생을 할 수 있는 시기가 2040년대쯤 올 것이라 했다. 그는 나이가 많아 그때까지 살아 인류 첫 번째 영생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다. 영생은 모르겠지만 기술의 발전은 시사점이 많다. 몇백만 년 동안 없던 과학이 탄생한 지 고작 몇백 년 만에 인류는 지금의 수준에 도달했다. 인공지능이 지금 특이점에 있다면,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며, 그 속도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발전이 없는, 육체적 진화는 원시인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인류가 위협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하다.




그동안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성장하는 아기를 보다 보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아기를 관찰하다 보면 정말 놀랍다. 세세하게 관찰할수록 더욱 놀랍다. 어제까지 못하던 뒤집기를 한 번 성공한 후, 아기는 기쁨에 세리머니로 계속해서 뒤집기를 시도한다. 당장 다시 잘 안 돼도 며칠만 지나면 어느새 뒤집기 귀신이 되어 있다. 뒤집기 같은 큰 이벤트는 그렇다 치고 더 자세히 보면 정말 전혀 못하던 일을 어느새 당연하게 하고 있다. 아무리 가르쳐도 못하던 버튼 누르기를 어느 날부터 능숙하게 하고 있고, 손을 잘 못써서 장난감을 잡으려 하면 멀리 보내버리곤 하던 아기가 정교한 컨트롤로 잡기 시작한다. 아기를 잘 관찰하니, 이 녀석의 능력도 기하급수곡선을 따라가며 발전한다. 첫 성공까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도를 고, 성공을 한 이후에는 급격하게 성공 횟수가 늘면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지금 어른인 내가 당연하게 하고 있는 일을 이 친구는 정말 하나도 하지 못했지만,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때가 되면 모두 해내기 시작할 것이고,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하게 하게 될 것이다. 아기는 성장하면서 점점 쇠퇴하는 나의 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할 것이다. 나로서는 슬픈 일인데 어찌 슬프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시대는 더 급속도로 변할 것이고, 내 세대는 버티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잘 적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컴퓨터, 핸드폰 등도 우리는 그 급속히 발전한 기술과 원리를 모름에도 아주 능숙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AI를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지 몰라도, 우리 아래 세대는 공기와 같이 당연하게 쓸 것 같다. 인터넷과 검색창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 적응을 잘한다. 미래에 AI를 비롯한 여러 기술들이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기술의 발전마다 있어왔지만, 발전의 차원이 다른 만큼, 이전에 없던 더 큰 어려움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류가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바뀐 시대에 적응을 할 것이다. 오히려 기후 변화나 운석 충돌 같은 걸로 멸종을 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인류는 생각보다 쉽게 AI에 뒤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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