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에 들어가는 엄마의 사랑과 노력에 비해 아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엄마는 고민해서 다양한 유기농 채소, 고기, 과일을 최상품으로 사서 갈고 쪄서 이유식을 만들지만, 음식에 중요한 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사실 나는 출근을 하다 보니 아기를 보면서 와이프가 하는 것을 관찰한 것에 불과하지만, 정말 고생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각종 재료를 씻고 다듬어서 믹서에 간다. 요즘은 조금 알갱이가 있는 걸 주느라 잘게 써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이후 압력밥솥 비슷한 찜기에 재료를 찌고 식혀서 얼음판 같이 생긴 실리콘 큐브에 그람수를 맞춰 담는다. 이를 얼리고 난 후 큐브에서 꺼내서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다음날 먹을 것들만 냉장실로 옮겨 담는다. 과정이 많고, 중간중간 설거지를 해야 하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슬프게도 아기에게는 가장 맛없는 음식인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아기는 음식을 뱉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표정에서 드러난다. 특히 밥을 어느 정도 먹은 상태에서는 딴청을 한참 피다가 마지못해 입을 벌린다. 막판에는 맛있는 과일을 같이 주면서 유혹을 해서 식사를 마치기도 한다.
아기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모유는 어느 정도 달달하면서 시큼한 맛이 있다. 내 아기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신 과일을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분유는 달달하다. 실제로 해외 현장에서 일할 때 인도, 필리핀 친구들은 커피에 프리마 대신 분유를 타먹는데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인지 아기가 분유를 거부하는 일은 없었다.
아마 아기가 처음으로 짠맛의 짜릿함을 느낀 건 치즈였을 것이다. 물론 아기 치즈라 저염이고, 먹어보면 맛도 더럽게 없다. 하지만 생전 처음 먹어보는 짠맛을 경험한 아기는 치즈라고 하면 환장을 하며 먹기 시작한다. 빨리 맛있는 걸 주고 싶다. 특히 라면의 짜릿한 맛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말하면, 와이프는 당연히 싫어한다. 하지만 이 녀석이 우리가 먹는 별 볼일 없는 식사를 계속 관찰하면서 먹고 싶어 손을 뻗을 때마다 나는 주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
장내 미생물 연구가 아주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몸속에 있는 미생물의 개수는 체세포의 10배가 넘는다고 하며, 장내 미생물만 해도 세포 숫자의 1.3배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확실한 숫자는 아닌 것 같으나, 어쨌든 많긴 많은 모양이다. 숫자로 보면 우리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기보다,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장내 미생물은 변비와 설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뇌질환 등 많은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니 하는 단어가 뜬 것도 아마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보통 아기 시절에는 장 내에 유익균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비율이 줄어든다 한다. 이것저것 주워 먹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기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맛있는 음식이 장내 유익균 비율을 줄일 것이라 생각하면 사실 안주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유익균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때가 되면 맛있는 음식을 당연히 먹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돌 즈음해서 간이 있는 음식을 먹는 아기들도 많고,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이미 받아들일 준비도 다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맛없는 음식을 주는 기간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엄마의 욕심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나 싶으나, 그 마음은 당연히 이해가 간다. 다만 너무 집착하여 안 먹는 아기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는 정도만 아니라면 괜찮을 것이다. 어차피 아기의 유익균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고, 결국 부모의 식성과 비슷해져, 비슷한 장내 미생물을 보유하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