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엔 의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할 일, 하고 있는 일을 요란스럽게 말하며 희망에 가득 찬 얼굴을 한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의욕에 찬 모습을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중 상당 수가 오래 지나지 않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우울한 감정을 내비친다. 반면 이들과는 반대로 요란스럽지 않지만 자신의 목표를 조용히 이루어 내는 이들이 있다. 의욕에 찬 눈빛도 불끈 쥔 두 주먹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성과를 내고 원하는 것을 이룬다.
조용히 일을 진행하지만 일의 성과를 만들고, 목표를 이루는 이들에게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게 있다. 바로 행동의 뿌리다. 나는 이를 ‘Why 뿌리’라고 부르고 싶다. Why에 대한 생각이 만든 뿌리이기 때문이다. 이 뿌리는, ‘이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 이 일을 통해 추구하는 건 무엇인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생각, 감정 등에 집중할 때 자란다
토양 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는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해서 빠르게 성장한다. 거센 바람이 불 때도 쉽게 흔들리거나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깊은 뿌리 덕분이다. 내가 하려는 일의 Why를 이해는 마음속에 깊은 뿌리를 내린다. 이렇게 뿌리가 자란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풍성한 과실을 얻는다. 이들은 상황을 개척하고, 새로운 길을 내며, 타의 추종을 허락지 않는 전문성을 확보한다.
Why 뿌리가 필요한 이유는 Why에 대한 생각이 목표로 한 행동을 시작하게 하고, 지속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유기적으로 작동하지만, 활동에 따라 활성화되는 영역이 나누어져 있다. 그 가운데 감정을 담당하는 뇌를 변연계(limbic system),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를 신피질(neocortex)이라고 한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로 신피질의 활동에 의존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일을 진행하고 마무리한다. 하지만 정작 그 일을 시작하게 만들고, 그 일에서 의미를 얻는 일은 변연계에서 일어난다. 변연계가 움직일 때 신피질 영역의 활동할 에너지와 동기를 얻는다. Why를 생각하는 일은 우리 뇌의 변연계를 자극하고 설득함으로 일을 시작하게 만들고, 집중하게 한다.
Why 뿌리를 내려야 하는 다른 이유는, 우리의 행동은 쉽게 습관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습관은 의식적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다. 하지만 습관을 통해 자동화된 행동은 그 목적과 의미를 쉽게 상실한다. 그저 습관으로 연결된 신경 연결을 따라 진행된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충분한 동기가 필요하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지를 알아야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런 설득 과정이 생략된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의 목적과 의미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습관에 의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Why를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 Why를 물을 때 습관이라는 자동장치는 잠시 멈추어 일의 목적과 의미를 향해 초점을 조절한다.
Why를 물어 그 뿌리를 내리는 일은 진정성을 만든다. 요즘 마케팅에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의 진정성,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의 진정성, 판매자의 진정성이 전달될 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갖추는 일은 마케팅의 기본이 되고 있다.
일의 진정성은 Why를 물을 때 확보된다. Why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추구하는 가치를 묻기 때문이다. 진정성은 판매자가 소비자를 설득하는데만 작용하지 않는다. 내가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에도 진정성은 무기가 된다. 내가 하는 일에 진정성을 얻을 때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진정성이 생기면, 그 일을 향해 더욱 간절함을 갖게 되고, 그 간절함은 몰입을 만든다.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이 일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 이것을 버리지 않고는 절대로 Why를 마음속 깊이 뿌리내릴 수 없다. 그건 바로 '조급함'이다. '빨리 일을 처리하고 싶은 조급함'이 일어나면 Why를 향한 뿌리는 성장을 멈춘다. 조급할수록 그 뿌리는 얕아진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는 여유, 목적을 충분히 생각하겠다는 의도가 가질 때 Why를 생각할 수 있다. 조급함을 다스리고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춰야 Why를 향한 뿌리가 자란다. 이를 위해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5~10분 정도는 '왜 이 일을 하려는지',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인지', '이 일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 일을 하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Why를 깊이 생각할 때, 조급함을 부리지 않아도 일은 속도가 붙는다. 방향성이 생기고, 콘셉트가 분명해지고, 해야 할 일이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우선순위가 뚜렷해지기에 덜 중요하거나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의 지속성을 만들고, 결국 이 일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깊은 뿌리가 필요하다. 뿌리가 깊게 내려진 일은 우리 내면과 깊게 연결되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려는 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향해 Why를 묻자. 내가 이 일에 진심임을 스스로가 알게 하자. Why는 마음의 토양에 행동의 깊은 뿌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