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남편이 계속 카톡과 전화를 했다. 아침에 식사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전화를 하고, 카톡은 시시때때로였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내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나를 걱정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병원에 있을 때는 카톡도 전화받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천천히 죽을 먹어야 하는데 전화가 오거나, 카톡 답장할 때 오타가 계속 날 때는 짜증이 났다. 그래도 남편은 꾸준히 전화를 하고 카톡을 하며 보고 싶다고, 심심하다고 말했다. 병원에 있으니 별말을 다 듣네, 싶으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그래, 집에 가면 남편에게 잘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같은 병실 분들과 친해져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외래 진료를 앞두고 결과를 걱정하시는 분, 치료를 잘 견디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 항암을 앞두고 걱정하는 나.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했다.
내가 항암 때문에 걱정하니, 다른 분께서 항암 주사가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링거 주사 같은 거라며 아프지 않다고 하셨다. ‘항암 주사’라고 하니까 어떤 건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하게 두려워했다. 그분께서 너는 잘할 것 같다고 하셨다. 친구도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안심되고 힘이 났다.
아침에는 입원 전 코로나 검사 때문에 병원 외래진료소에 다녀왔는데, 오랜만의 외출인 데다가 계단을 오르내렸더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심하지 않았지만, 몸이 휘청거리고 후들거렸다. 까딱했으면 넘어졌거나 계단에서 굴렀을 수도 있다. 병원 복도를 걸어 다닐 때는 별 무리 없었는데, 밖으로 나오고 계단을 오르내리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 걷는 걸 뒤에서 봤다면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특히 계단을 오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손잡이에 거의 매달려서 이동했다. 넓은 곳에서 몸을 움직여보니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기 싫어도 조금 더, 물을 마시는 양을 조금 줄이고… 항암 할 때는 힘들다고 하니 미리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 싶었다. 힘들더라도 정말 잘 먹어야겠다.
힐링 프로그램에서 만든 캔들. 모두 초집중 모드. 만드니까 예쁘네.
오후 시간에는 같은 방 환자분들과 병원에서 진행하는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조개껍질과 모래를 이용한 젤 캔들을 만들었는데 집중해서 만들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좋아하며 신나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 나이에 다른 곳도 아닌 요양병원에서 이런 거 만들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나...’ 하며 심란해졌다. 그래도 예쁜 결과물을 보며 마인드컨트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