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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11. 2022

물속 달리기는 자신 있어

수영  처음 그 느낌처럼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가 제일 싫었다.

6명씩 달려 결승선에 도착한 1~3등까지만 손목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딱 한번 내 손목에 1등 도장이 찍힌 적이 있었다. 내가 속해 있던 줄이 뛰고 난 뒤 시간 간격을 두고  다음 줄이 뛰기 시작하였다.  다음 줄의 서너 명이  앞서 출발한 내 뒤를 거의 따라와 결승선에 서계신 선생님이 내가 1등인 줄 알고 찍어주신 거다. 당혹감이 부끄러움으로 번지던 그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중학교 때는 체력장이 있었다. 여러 가지 운동 종목으로 20점이라는 점수를 매기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20점 만점을 받는다. 그러나 전교에서 서너 명 정도  그 만점을 받지 못했는데 슬프게도 그중에 한 명이 나였던 것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듯 배운 요가 수업에서의 선생님조차도 나보고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면 그 정도로 못하는 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운 것이 수영이.

눈물겹도록 몸치인 내가 29살 되던 해에  아홉수의 숙제처럼 수영을 마주하였다.




수영 처음 호흡이었다.


"수면 위에서 <입과 코로 들이마신 공기를 에 가득 채워-흐읍>  수면 아래로 내려세요~

물속에서는 입은 꼭 다물고 코음~ 공기를 내보냅니다~"

강사가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해 본다.

숨을 많이 들이마시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느라 꼭 하마처럼 하읍하읍하고 있 모습에 식~재밌네~


물속에 이는 공기방울들이 많아질 즈음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 "파~"와 동시에 앞서 했던 <흐읍>을 짧고 명확하게 함으로써 호흡이 완성된다.


물속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면  코로 들어온 물이 얼굴을  한 바퀴 도는지 눈까지 따가워져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여러 번 마시게 된 물에 의해  간 토끼 눈이 되어 터득한 한 가지가 음~하는 호흡 마지막에 꼭 조금의 숨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숨을 다 내보내버리면 수면 위로 올라가기도 전에 호흡이 가빠  급한 마음에 숨을 들이쉬게 되는 거다.

그러면  공기가 아닌 물이 코로 들어온다.

코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해 어쩌다 긴 시간 호흡을 멈추게 되면 폐가 따끔거리기도 다.




어쩜 인생 속에서도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 밀려들어올 때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온 힘을 쓰게 되면 마음이 따끔거다. 그때를 위해 나는 조금의 숨을 남겨두었고  급하지 않게   숨을 조금씩 내쉬면서 시간들을 기도 했다.




하루정도 음파의 호흡법을 가르쳐주지만 나는 매일같이 음파를 줄기차게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세상 진리를 따르듯

지금도 수영을 시작하기 전 파부터 여러 번 한다.

항상 매번 처음인 듯 그렇게 호흡을 정돈한다.

호흡이 흩어지게 되면 그 어떤 영법도 제대로 되지 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잘할 수 없다는, 운동에 대한 단념이  수영으로 인해 짝사랑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짝사랑에 매번 처음인 듯 마주하여 지금의 나에게 수영은 첫사랑 운동이 된 것이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첫 마음호흡 시작다. 이왕이면 우아한 호흡으로 말이다.

순전히 나의 기준이지만 우아한 호흡이란 수면 위에서 입을 작게 벌려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는 거다.

운동신경이 없어 반복학습이 필요한 사람지라 모든 영법을 배워나갈 때마다  매번 힘들었다.

그러나 온 마음을 다해 우아한 호흡으로  늘 수영을 하고 또 했다.


달리기는 못했지만 물속 달리기인 수영은 백조처럼 우아하게, 강습반에서 선두로 하고 있다.

같은 반 이모님들께서 자세가 곱다고, 바르다고 어찌나 칭찬을 해주는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다음 달에 고급반 올라가면 고급스럽게도 해보련다.

물론 고급반이면 또 맨 마지막에 서서 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제 물속이라면 자신 있다.


물속이 좋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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