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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Sep 02. 2023

드디어 프리다이빙

회복호흡

"언제 제일 행복하세요?"라는 프리다이빙 강사의 말에 씩 웃으며 "잘 때요~"라고 대답했다.

강사가 같이 웃으며 그럼 침대에 누워 잔다 생각하고 몸에 힘 빼고 숨을 참아보라고 한다.


스태틱 앱니아는 설 수 있는 얕은 수심의 수면에서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떠 있으면서 긴 시간 동안 숨을 참는 스킬을 말한다.

물에 들어가기 전 기본 이론을 배운 후 먼저 스태틱 앱니아를 위한 호흡을 연습했다.

숨 참기 3분 전에는 크게 들이마신 후 크게 내쉬며  편안하게 호흡조절을 한다. 1분 30초 전에는 빨대로 물 마시듯 입을 오므리고 들이 마신 숨을 폐바닥부터 차곡차곡 넣었다 뺐다한다.

 "3분, 1분 30초, 이제 시작입니다. "라는 강사의 말이 들린다.

물높이가 무릎까지인 유아풀에서 온몸에 힘을 뺀다. 그런 후 눈을 감고 마지막 긴 호흡을 담아두고서  멈춰본다.

처음은 1분 57초, 두 번째는 2분 20초!

그렇게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

(나에게는 정말 긴 시간이었다!)


오래 숨 참기를 하고 난 다음에는 꼭 회복호흡을 해야 한다.

강하게 들이마신 숨을 몇 초간 머금고 있으면서 체내의 기체분압이 조절될 시간을 준 후 길게 내어 쉰다.

강한 들숨, 머금고 잠시 멈춤, 긴 날숨을 3번 정도 반복하는 것을 회복호흡이라고 한다.




10년 전 요가 수업에서 배운 명상에서도 깊게 들이 마신 숨을 길게  내쉼으로써 온전히 내 속의 호흡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바깥에서 들어온 공기가 폐의 밑바닥에서부터 차올랐다가 천천히 나가는 느낌을 세포하나하나에서 느끼면서 외부와 차단되는  경험을 했다.


프리다이빙에서의 명상과도 같은  스태틱 앱니아는 폐로 들어온 공기를 그대로 머금고 그 안의 산소가 소모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시간 동안 물속에 있는 것이다.

최대한 심장박동을 줄이고 움직임을 절제하게 되면 최소한의 산소를 쓰면서 물속에 머물 수 있다.

그때 머무는 물속은 온전히 내 세상이 된다.

세포하나하나가 휴식을 하는 느낌. 엄마의 양수 속에서 있었던 느낌이 이랬을까 하는 그 찰나.




숨을 참다 보면 체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면서 '이제 숨 쉬어야 해'라는  신호를 살짝 준다.

그러면 수면 위로 천천히 고개를 들고 회복호흡을 하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삶에 온전히 집중하느라 일에 치이기도 하고 육아에 치이기도 하고 사람에 치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잠시 멈춘  숨은 반드시 회복호흡으로 나를 돌봐야 한다.

회복호흡을 하듯이 자신을 위한 휴식을 취한다거나, 자신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다.


숨을 너무 오래 참으면 체내 산소량이 감소하여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혼절할 수도 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호흡할 수 없는 물속 같은 세상에 놓였을 때 가끔 수면 위로 올라와서 회복호흡을 하기로 한다.

너무 자주 기절하면  뇌세포가 비활성화되어 좋았던 기억마저 지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프리다이빙의 모든 기술에서는 회복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회복호흡 후 함께 있는 버디에게 "I, m OK"를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서로 괜찮은 상태를 확인하며  미지의 세계인 물속을 탐방하는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처럼 프리 다이빙도 절대로 혼자 들어갈 수 없다. 버디들과 함께 하는, 꼭 우리네 삶과 같은, 물속 다이빙.


프리 다이빙은 무거운 공기통이나 장비 없이 정말 프리하게 몸만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한결 가볍지만 오랫동안 물속에 있을 수 없으므로 회복호흡과 여러 스킬들로 저항을 줄여 물속에 머무는 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프리다이빙 1 레벨을 통과 후 이제 2 레벨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좀 더 깊은 수심으로 들어가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에 필수적인 덕다이빙을 배울 차례이다.

오리처럼 쏙 들어가 물속 세상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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