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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제발
입수는 어려워
by
지초지현
Dec 17. 2022
철퍼덕
!
"
어
이
쿠~
아프겠다
~
" 뒤에서 걱정해 주는 목소리가 들린다
.
배와
허벅지가 머리와 함께
수면에 닿
았다
.
(
입수는 머리, 가슴, 배 순서로 들어가야
합
니다)
수면과의 마찰로 벌겋게 달아오르는 허벅지를 쓰다듬을 새도 없이 급히 자유형
으로
자리를 비킨다.
다음 사람의 아름다운 입수를 위해.
매주 금요일
만
되면 수영강습 가는 시간을 미루게 된다.
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하루만 쉬어도 피로가 똘똘 뭉쳐 어깨에
걸쳐지는
까닭에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뗀다.
승급되어 올라간 강습반에서는 기본영법의 자세를 세밀하게 교정하면서 입수 및 턴을 가르쳐주는데, 금요일이 바로 입수하는 날이다.
딱히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 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입수하기 위해 수면을 바라보면 어지러워진다.
전생
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었는지..
그녀도
뱃
머리에서
깊다 못해 시커먼 바다를 내려다보았을 때 이런
심
정
이었을까.
출발선에
서 발가락을
꽉 오므리고
선 후
자세를 낮추면서부터
다리
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서워요?"
나만 느끼는 떨림인 줄 알았는데
두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입수 자세를 잡아
주는
강사가
의아해한다.
"
자~ 이제
뛰어보세요
"라는
말에
수면으로 머리를 향하면서 수경을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질끈 감는다.
꼭 눈에 물이 들어올 것처럼.
눈을 뜨자 다짐해도 번번이 눈을 감고 들어간다.
그리고 늘 철퍼덕
!
온몸으로 입수를 한다.
어릴 때 무
섭거나 힘겨우면
눈을
꼭
감는 버릇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고함을 지르며 싸울 때면
귀 막고
눈을 꼭 감고서 나만의 방을
찾아 들어간다.
현실에서는 내 방이 없었지만 눈을 감으면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방의 모양이나 위치는
그
때그때 달랐지만
꼭
있어야 하는 건 따뜻한
햇살이
었다
. 공기 중
의
부유하는 먼지가
다 보일 정도로 비치는
, 빛 입자가
투
명한
그런 햇살.
그래서 그 방은 대체로 통유리창이거나 숲 속 근처가 된다.
조용해질 때까지 상상 속 나만의 방에 들어가
온몸으로 햇살을 느끼며
마음의 온도를 올린다.
고3 때는 입시의 무게로 눈을 꼭 감고 있다 보면
잠들기 일쑤였다.
따뜻한 햇살로 노곤해진 터라.
그런데 다른
가족
들 눈에는 잠만 퍼질러 자는 고3처럼 보였을 것이다.
터울 있는
막냇동생은 누나가 고3 때 잠만 자는데 부산대학교를
가는 거 보니
그
대학은 아
무나
다
가는 곳이구나 했다 한다.
미안해요
,
나의 모교.
그런 오해를 사게 해서. 그래도 그때는 부산에서 제일가는 학교였건만.
눈만 감으면 당장
눈앞의 힘겨움이 보이지 않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유년기에 머문 아이처럼 나만의 공간을 찾아들어간다. 여전히 그때처럼 햇살 가득한 그곳으로.
마음먹은 대
로
따라주지 않는 몸과, 나이
에 맞지 않는
미성숙한 사고에,
내 의도와
달리
벌어지는 간극을 어찌할 바 몰라 또 눈을 질끈 감는다.
물속에서 가만히
번지는
빛을
보
면 유년기 때 나만의 방에서 보았던 그
햇살
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제
눈을 떠봐, 햇살처럼 물살이 너의 몸을 감싸줄 거야
.
빛이
굴절되
어
물속으로 찬찬히 들어오듯이
너의 마음도
그렇게
부드럽게
굴절시켜
직접 닿는 물살에 네
마음을
실
어보
렴
.
이제는
두려움에 눈 질끈 감는 나의 유년기를
벗어
나 삶의 물살에 온전히 실려 가보자. 넘실넘실
그. 리. 고.
으른답게
다음 주에는 꼭
남들처럼 눈뜨고 입수
할
수 있도록
.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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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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